“앗, 제주에도 제프 쿤스의 조각이 있네! 광택 대단한데?”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의 CJ 나인브릿지에는 제프 쿤스의 ‘풍선꽃(Balloon Flower)’이 설치돼 있다. 범(凡)삼성가 일원인 CJ 또한 아트컬렉션에 열의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제주 나인브릿지를 지난 2009년 ‘세계 100대 명문’(골프매거진 선정) 중 55위로 링크시킨 CJ는 ‘명문’으로 인정받으려면 그에 버금가는 미술품이 필요하다고 보고 ‘결정적인 작품’을 택했다. 샛노란 빛깔에 풍선처럼 가벼워 보이는 이 조각은 사실 스테인리스에 특수 광택을 입혀 매우 묵직한 작품. 이음새 하나 없이 매끄러운 표면과 톡톡 튀는 형상이 가장 미국적인 키치미술(싸구려 대중이미지를 차용한 예술)로 평가받고 있다. 때문에 도무지 예술성이 없는 것 같은데도 100억~300억원대를 호가한다.

제주 CJ 나인브릿지에 설치된 제프 쿤스의 300억원대 ‘Balloon Flower’. 하이트진로의 박문덕 회장도 쿤스 작품을 보유 중이다.

쿤스의 조각은 삼성 리움(Leeum)과 신세계, CJ 외에 하이트진로도 보유하고 있다. 컬렉션을 하고 싶어도 워낙 작품 수가 적은 데다 제작에 몇 년씩 걸리는 게 쿤스 조각의 특징인데 이들 기업은 일찌감치 그의 ‘브랜드 파워’를 알아본 셈이다. 하이트진로는 오너인 박문덕 회장이 젊은 시절부터 미술을 좋아해 국내외 작가의 수작을 다수 수집한 바 있다. 서울 청담동 사옥에는 아담한 갤러리도 꾸몄다.

한편 범(凡)삼성가인 한솔도 이인희 고문이 한솔제지와 어울리는 종이작품을 꾸준히 수집했으며, 해외 작가의 조각 등도 여러 점 수집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소 주춤한 편. 이 밖에 효성, 대림, 매일유업, LIG손해보험, 한미약품, 태광그룹, 현대카드, 코리아나화장품 등도 미술품 컬렉션에 팔을 걷어붙이고 뛰는 ‘예술 지향형 기업’들이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