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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당국, 저축銀 대주주 화끈하게 봐줬다”
분식회계를 포함해 7조원 대의 경제비리를 저지른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막가파식’ 투자 뒤엔 저축은행 대주주를 상대로 한 감독 시스템 구축 작업을 사실상 포기한 금융감독 당국이 있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서민의 예금을 다루는 저축은행이 10여년 전부터 몸집을 불려 일부는 지방은행과 맞먹는 규모로 성장함에 따라 이에 맞는 규제가 뒷받침돼야 했지만, 감독당국은 불법을 저지른 대주주를 화끈하게 봐줘왔다. 엄격한 메스를 대자니 시중 은행보다 급(級)이 낮고 서민들 쌈짓돈을 취급하는 곳이라는 인식도 한 몫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서민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꼴이 됐다.‘서민의 덫’에 걸린 금융당국은 뒤늦게 “혁신적 개혁에 도전하지 못했다”고 후회하고 있지만 검찰의 칼날은 ‘저축은행-금융당국’간 커넥션을 정조준하고 있다.

▶저축은행 대주주는 신의 아들?=13일 검찰·금융당국에 따르면 저축은행이 보유한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비율(BIS)은 규모에 상관없이 5%로 일률 적용하고 있다. 자산이 10조원이든 300억원이든 BIS비율 5%만 맞추면 제재를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5년간 5조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저축은행이 4.6배로 급증하고 이들 중 상당수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에 부문별하게 투자해 부실화했지만 ‘BIS 5% 룰’ 덕분(?)에 대형 저축은행 대주주들은 돈놀이에 열중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저축은행 대주주는 동일인 주식 보유한도에도 제한이 없다. 주식 100%를 혼자 갖고 있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박연호(61·구속) 회장 등 핵심 임원들이 매일 회의를 갖고 PF투자 관련 사안을 결정하면 ‘브레이크’없이 일사천리로 돈을 빼내는 게 가능했던 원인 중 하나다. 시중은행은 동일인이 주식의 10%(지방은행 15%)를 초과해 보유하는 걸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문제는 금융감독 당국이 이를 바로잡을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것. 금융위원회과 금융감독원은 2005년, 자산이 5000억원 이상이거나 상장·등록된 대형 저축은행은 BIS 비율을 엄격하게 봐야 한다는 내용을 놓고 업무협의를 하긴 했지만, 이를 구체화한 기준은 내놓지 않았다. 게다가 2008년엔 대형 저축은행의 건전성 감독기준을 은행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구두선에 그쳤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자산규모에 따른 차등감독을 하지 못한 건 경제금융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고, 저축은행법 뿐 아니라 은행법도 손봐야 하는 등 이해상충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BIS비율 조작도 OK…허술한 제재규정=저축은행의 BIS비율 조작도 감독당국의 관대한(?) 시각에 따라 업계에 만연했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을 보면 왜곡하는 BIS비율이 4%포인트 미만일 때엔 아예 제재를 하지 않아도 된다. 또 저축은행의 부당행위가 적발되더라도 금융당국이 검사결과에 따른 조치를 내리기 전까지 잘못을 바로잡으면 제재수준(경영개선 권고· 요구·명령)을 낮게 해줄 수 있게 돼 있다. 감사원이 지난해 5개 저축은행에 대한 감사 결과 BIS 비율이 평균 5%포인트 이상 왜곡된 것으로 판명났는데도 별다른 제재 조치가 가해지지 않았다.

적발돼도 제재는 솜방망이였다. 금감원은 2003년~2009년까지 대주주에 대한 불법 신용공여 등 210건을 적발하고도 고발비율은 39%에 불과해 저축은행이 매년 수월하게 불법행위를 저지르도록 방치했다.

<윤재섭ㆍ홍성원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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