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서울 강동 고덕지구와 강일3ㆍ4지구를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키로 한 데 대해 인근 고덕ㆍ둔촌 재건축 단지들에서 일제히 공식 반대성명을 내기로 해 적잖은 파장이 예고된다.
그동안 보금자리주택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여왔던 이들은 경기 하남 미사지구 등 처럼 보다 높은 토지 보상금을 원하는 지주들이었던 데 비해, 이번에는 토지 보상 대상이 아닌 보금자리지구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공식적인 차원에서 반대성명을 내기로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보금자리 주택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 일로에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역시 5차 보금자리지구로 예정된 과천시 내 재건축단지들에서도 반대 여론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둔촌ㆍ고덕아파트 재건축 조합 등에 따르면, 강동구 내에 위치한 재건축ㆍ재개발 조합은 이른바 ‘강동구 주택정비사업연합회’를 구성해 정부가 계획 중인 강동구 5차 보금자리 지구지정이 철회될 수 있도록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에 대한 공식 반대성명을 정부에 제출키로 했다.
‘강동구 주택정비사업연합회’는 반대 성명에서 “현재도 보금자리(임대) 주택 비율이 다른 구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상황에서 또다시 5차 보금자리가 들어서면, 첨단 산업시설 등이 들어설 자리가 없게 돼 가장 낙후된 구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 했다.
연합회는 또한 “강동구에는 현재 재건축지역이 밀집되어 있고, 재건축소형주택(보금자리)이 의무적으로 건축되는 등 보금자리주택의 공급으로 재건축사업 수익에 역행하고 있다”며 “이같은 여건에서 추가적인 보금자리주택의 양산은 향후 재건축아파트 분양가격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침은 물론, 이로 인한 재건축 사업의 장기화와 주거 환경 개선의 지연 등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강동구의 주요 재건축 단지들에서 이처럼 공식적인 차원에서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히기로 한 데는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집값 하락을 가속화시키는 동시에, 향후 재건축 사업시 일반공급 분양가도 끌어내려 사업성을 극도로 악화시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5월 셋째주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서울 강동구가 -0.21%, 경기 과천시가 -0.29%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서울(-0.08%)과 경기(-0.07%)지역의 재건축 매매가 변동률에 비해서 하락폭이 3~4배 가량 큰 수치다.
조민이 부동산1번지 팀장은 “5차 보금자리지구 지정으로 물량이 공급되는 서울 강동구와 경기 과천 지역의 경우 재건축 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짐에 따라 향후 보금자리주택의 순조로운 공급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당초 정부는 2012년까지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32만가구를 공급키로 했지만, LH의 자금난 등의 이유로 토지 보상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으며, 사전예약도 사실상 유명무질해 졌다.
이로 인해 현재 보상을 끝내고 착공에 들어간 보금자리주택은 2000여 가구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지정된 총 17곳의 보금자리지구 중 토지보상이 마무리된 곳은 시범지구인 서울강남과 서울서초지구 뿐이다. 같은 시범지구인 고양원흥과 하남미사는 각각 80%, 30%에 머물고 있으며, 2~4차 지구도 서울세곡2와 서울내곡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보상 일정 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보상이 지연되면서 사전예약, 본청약 등의 일정도 늦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본청약을 진행한 곳은 서울강남지구와 서울서초지구 뿐이다. 지난 4월 예정됐던 4차 보금자리지구 사전예약도 미뤄지고 있다. 입주는 당초보다 지연될 것이 확정적이며, 입주량도 극히 미약한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최소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입주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까지 입주할 수 있는 물량은 서울 강남과 서초지구 등 4000여가구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고, 반대 여론도 높아져 보금자리주택은 ‘공약(空約)’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순식 기자@sunheraldbiz>
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