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밤’등 오르세의 보석같은 소장작품 134점 한국 나들이

19C 인상주의 화가들의 파란만장한 삶·예술 엿볼 기회



세계가 찬탄하는 ‘예술의 도시’ 파리. 파리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반 고흐, 모네, 고갱, 르누아르 등 인상주의 화가의 걸작을 가장 많이 보유한 오르세미술관일 것이다. 프랑스가 매년 전 세계에서 1억명에 가까운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것도 오르세 같은 ‘보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센강의 남쪽 ‘좌안(左岸:리브고슈)’에 위치한 오르세미술관(Musee d’Orsay)의 대표작품 134점을 선보이는 ‘오르세미술관전 -고흐의 별밤과 화가들의 꿈’이 4일 개막됐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오는 9월 2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여간해선 해외에 반출되지 않는 오르세미술관의 핵심작품이 다수 포함돼 화제다.

오르세는 인상주의 전시실을 개보수하며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세잔의 ‘카드놀이하는 사람들’, 르누아르의 ‘소년과 고양이’, 밀레의 ‘봄’ 등 교과서에서나 봄 직한 그림들을 대여했다. 또 밀레, 앵그르, 카바넬의 걸작과 사진 컬렉션도 대여해 오르세미술관 서울전시로는 세 번째이자 4년 만인 이번 전시는 좀 더 풍성해졌다. ‘화가들의 꿈과 현실’을 주제로 4개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는 고전주의에서부터 후기 인상주의까지 회화 73점과 데생 24점, 사진 37점 등 총 134점을 소개한다. 즉 ‘인간과 전설’ ‘인간과 현대적인 삶’ ‘인간과 자연’ ‘고독한 인간’ 등 총 4개의 소주제를 통해 급변하는 시대 변화 속 화가들의 파란만장했던 삶과 꿈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은 역시 빈센트 반 고흐의 전성기 작품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한국에 최초로 공개되는 이 그림은 반 고흐가 힘들었던 파리 시기를 뒤로 하고, 남부 아를 지방에 머물며 완성했던 작품. 아를의 따뜻한 기후와 소박한 정서에 매료됐던 화가는 동생인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별이 빛나는 밤 아를 강변에 앉아 있지. 욱신거리는 오른쪽 귀에서 강물소리가 들려오네. 별들은 매혹으로 빛나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고통을 숨기고 있는 건지. 나를 꿈꾸게 만든 건 저 별빛이었을까”라고 쓰며 좌절과 꿈을 고백했다.

인상주의 걸작을 가장 많이 보유한 오르세미술관의 컬렉션 중에서도 대표작에 해당되는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반 고흐가 1888년 암울했던 파리생활을 접고, 아를로 이주해 터질 듯한 심정으로 그린 작품이다.                                                           [사진=Musee d’Orsay-GNC미디어]

반 고흐가 강렬한 붓 터치로 신들린 듯 표현한 별과 불빛은 뉴욕 MoMA의 동명의 작품과 함께 오늘날 그의 그림 중 가장 열렬한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됐다.

전시에는 한치 흠결도 찾을 수 없는 비너스의 완벽한 모습을 통해 신비스런 감성을 전한 고전주의 대표작가 카바넬의 대작 ‘비너스의 탄생’도 나왔다. 또 사실주의 거장 쿠르베, 바르비종파 화가 밀레의 작품 ‘봄’ 등 사실적인 회화도 포함됐다.

그러나 역시 ‘인상주의의 보고’인 오르세답게 인상파 작품이 주를 이룬다. 인상주의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모네를 비롯해 르누아르, 시슬리, 피사로, 드가의 작품은 엄격했던 아카데미즘에 반기를 들고, 자연과 인간을 살아숨쉬는 대상으로 표현했던 19세기 작가들의 예술혼을 만나게 한다. 이밖에 ‘정열적인 붉은 회화’로 유명한 고갱의 작품과 상징주의 화가들의 작품도 곁들여졌다. 

르누아르의 ‘소년과 고양이’

아울러 인상주의의 시작을 알린 모네의 초기작에서부터 후기 대표작까지 망라된 것도 주목된다. 그간 ‘수련’ 등의 풍경화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던 모네의 초기 걸작 ‘양산을 쓴 여인’과 대형 초상화 등이 포함됐다.

오르세미술관 기 코즈발 관장은 “고전주의 거장 앵그르에서부터 후기 인상주의까지 오르세의 핵심 컬렉션이 이처럼 해외에서 대거 전시되는 것은 관장으로서도 깜짝 놀랄 일”이라며 “올해 말 미술관 공사가 끝나면 한국에서 소개됐던 작품을 포함해 소장품이 다시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초의 예술사진이자 ‘세상에서 가장 비싼 사진’으로 알려진 데이비드 옥타비우스 힐과 로버트 애덤슨의 작품, 미국 근대사진의 개척자로 꼽히는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의 원본사진은 ‘유럽 최고의 사진 컬렉션’을 자랑하는 오르세의 자랑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스마트폰 보급 추세에 발맞춰 유료 오디오가이드 애플리케이션이 출시됐다.  (02)325-1077

이영란 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