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원은 16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고인 물과 같은 보수가 아닌, 변화하는 물처럼 흐르는 보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체성을 잃고 표류하거나 짝퉁 민주당처럼 포퓰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건전 보수의 대표성을 지킬 수 있는 ‘실사구시’의 비전을 가진 대표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출사표다.
그러면서 추가감세 철회나 반값 등록금 같은 정책이 여과없이 튀어나오는 모습을 우려했다. 그는 “감세 철회, 등록금 경감 방안은 재원 마련 방안 등 구체적인 보완책을 더해 책임있는 집권여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정치 1번지 종로의 3선 의원,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꺾은 인물, 외교통 의원’ 등 박 의원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화려하다. 하지만 이런 수식어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는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언론에 자주 나오기 위한 개인플레이보다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고 내실을 다지는 의정활동에 주력해온 까닭”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가 이번 당 대표 경선에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것도, 이런 진정성이 21만명 선거인단들이 평가해줄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박진 대표’가 만들 한나라당의 모습에도 소신이 그대로 녹아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 전략에 대해 박 의원은 “계파공천, 밀실공천을 타파하고 당원과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는 공천개혁이 필요하다”며 “국민 경선제, 상향식 공천을 위해 당론을 모으고, 야당과도 협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당청관계에 대해 “국민의 목소리를 정부와 청와대에 전달하는 민심의 창구”를 역설했다. 한나라당이 지난 선거에서 연패한 것도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보다 청와대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했던 까닭이라고 스스로를 반성했다.
박 의원은 “소통의 실패에서 당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당 위상을 강화하고 소통 시스템을 전면 쇄신하기 위해 여의도에서 서류만 들고 탁상공론을 펼치는 것이 아닌, 모바일 기기와 SNS로 무장하고 민생 현장에 들어가는 기동력을 가진 디지털 소통 정당이 돼야 한다”고 박진 시대의 달라진 비전을 제시했다.
그의 첫 작품은 가계부채 해결 방안이 될 전망이다. 박 의원은 “1000조원에 가까운 가계 부채가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인상과 맞물려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다”며 “종합 처방이 필요한 사항으로, 대표로 취임하면 이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다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직 지도부의 출마에 대해 “스스로 판단할 일”이라면서도 “당 쇄신과 화합을 이끌어갈 수 있는 새 얼굴이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차원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고, 계파갈등과 관련, “정치에서 조직과 세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지만 수단이 목적을 능가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사진=양동출 기자/dc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