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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 공정개혁, 令이 안 선다...위로부터의 일방적 개혁 주문에 현장은 먹통
"밥그릇싸움이나 하고 있다"고 이명박 대통령이 강한 질책을 쏟아냈는데도 불구하고 서울지검 평검사 120여명이 경찰의 수사권부여에 강하게 반발, 마치 집단반발ㆍ항명처럼 비쳐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 개혁 드라이브에 ‘영(令)’이 안서는 분위기다.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대통령이 죄송스럽다고 사과할일이지 공무원 부패 남말하듯하면 안된다"고 청와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통령은 임기 후반 부처 이기주의와 공직사회 부패 척결을 위해 연일 공정의 채찍을 빼들고 있지만, 현장과의 공감대는 먹통에 가깝다.

이 대통령의 ‘진정성’ 여부와 상관없이 현장에서는 ‘대안없는 위로부터의 개혁’, ‘시기를 놓친 물건너간 개혁’, ‘솔선수범이 없는 구호성 개혁’ 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거세다.

20일 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로 달아오른 검찰 내부 분위기는 최근의 이런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수사권 조정에 반대하는 것은 법 체계의 문제 때문인데도 정부와 정치권이 이를 ‘밥그릇 싸움’으로 간주해 대안도 없이 일방적으로 몰아세운다는 것이 검찰 내부의 밑바닥 인식이다.

익명의 차장 검사는 “표 때문에 (검ㆍ경 수사권 조정) 해야 한다는데, 국가기관이 무슨 이익집단도 아니고...”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트렸다. 수사권조정과 별개로 수사권 남용, 수사기관 간의 견제장치 등에 대해서 대안제시도 하지 못하고, 설득과정도 생략됐다는 지적이다.

과천 관가도 폭풍 전야다. 경제부처의 한 과장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나” 면서도 “공직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사명감 하나 가지고 일한다. 청와대가 이런 공직자들을 마치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연일 채찍을 휘둘러대면 어떻게 일을 하나”고 했다.

또 다른 과장급 인사는 “가뜩이나 정책 결정과정에서 부처들이 소외되고 인사 적체로 직원들 사기가 떨어져있는 데 위에서는 이런 문제들은 어물쩍 넘어간 채 정치구호처럼 공정만 외친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솔선수범과 결자해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레임덕이 총체적으로 나타나 그만큼 대통령 통치에 기반이 될 수 있는 힘이 없다” 면서 “정권 초 잦은 인사 파동 등으로 대통령이 갖는 신뢰성이 약해진데다 권력누수까지 생겨 (지금은) 따로 따로 노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의 부처 이기주의와 관련, “정부 조직개편을 통해 많은 조직을 묶어버렸다. 부처가 커졌다. 규모는 커졌는데 거기에 합당한 모니터링, 감독 및 통제 장치가 약하니까 부처 이기주의라는 말이 계속 나온다”고 진단했다.

임기 4년차로 접어든 이 대통령이 역사적 성과에 조급성을 내면서 현장 괴리감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고위 공무원은 “공정의 일환으로 민생경제 대책(내수 진작)을 서둘러 내놓으라고 하니까 결국 서비스산업 선진화 등 근본적 대책은 뒤로 밀리고 출퇴근 시간 조정 및 봄ㆍ가을 방학 편성 등 현장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탁상공론만 나오는 게 아니냐” 고 힐난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너무 공정, 공정하니까 관가에서 피로감을 느낄 정도” 라며 “무슨 대안이라도 마련해놓고 주문을 해야하는 데 지금으로서는 대통령이 발언하면 부처가 부랴부랴 뒤쫒아가는 형식이어서 개혁의 의도가 밑으로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춘병ㆍ김윤희기자@madamr123>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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