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채무한도 증액 협상 난항에 따른 미 정부의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선언 및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에다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미 중앙은행의 발표 등이 겹치면서 뉴욕 다우지수가 20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점차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특히 지금까지 최고 수준을 유지했던 미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달러화와 주가 등 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최근 동향이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입지를 훼손하는 단초를 제공, 결국 세계 경제 및 금융질서의 대변혁을 가져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될 경우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27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 종가보다 198.75포인트(1.59%) 떨어진 1만2302.55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27.05포인트(2.03%) 내려간 1304.89를, 나스닥 종합지수는 75.17포인트(2.65%) 하락한 2764.79를 각각 기록했다.
미국의 채무 협상 난항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에다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베이지북 발표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연준은 이날 발표한 베이지북에서 지난달부터 이달 15일까지 미국내 12개 연준 관할지역 가운데 8개 지역의 경제활동이 둔화됐다면서 경제성장 속도가 더 느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이 지난달 발표한 베이지북에서 4개 지역에서만 경기 둔화세가 확인됐다고 한 것에 비해 볼 때 미국 경제에 빨간 불이 켜진 셈이다.
여기에다 채무 한도 증액 및 재정 적자 감축 시한이 다음 달 2일로 다가왔지만, 정치권의 협상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어 시장에서 불확실성은 증폭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권에 타협을 촉구하고 있고,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디폴트로 인한 충격을 수차례 경고하고 있지만, 내년도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과 공화당은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이로 인한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은 초긴장하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채무 관련 협상 결렬에 따른 디폴트보다는 AAA로 최고를 유지하는 미국의 신용등급이 AA로 내려갈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디폴트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금융시장에 재앙 수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미 행정부와 정치권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경우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채무 상한 증액보다는 미국의 채무가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재정 적자 감축 방안이 더 중요하다며 90일 안에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50%라고 수차례 경고했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자 정치-경제 질서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세계질서 대변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기 이전까지는 불확실성과 혼란이 불가피한 만큼 금융시장의 불안도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일련의 사건의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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