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 실시여부 불투명…피해복구 동분서주 불구 “오세훈 人災” 수해 책임론 부담
600㎜가 넘는 물폭탄은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도 떨어졌다. 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한나라당의 텃밭 강남 일대는 물에 잠겼고, ‘아님 말고 식’의 정치 공세는 쓰나미처럼 밀려들고 있다. 반면 오 시장의 대권 가도에 핵심인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이번 물난리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29일 오전 6시, 오 시장이 남산에 있는 소방재난본부에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밤 서울 일부 지역에 내린 비에 또 다른 피해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그는 이날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한 채 우면산 등 서울시내 피해지역을 돌며 복구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오 시장이 그리는 앞날에 이번 물난리는 청천벽력 같은, 예상치 못한 난관이다. 당장 8월 24일로 예정된 무상급식 주민투표 실시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난리가 났는데 180여억원을 들여 주민투표를 해야 하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 때문이다.
8월 24일 투표를 강행하더라도 수해 복구 와중에 주민투표 성립의 최소 요건인 33.3%의 투표율을 달성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특히 지지율이 높은 강남 지역에 이번 폭우 피해가 집중된 것도 오 시장 측에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투표율 33.3%를 채우지 못한 채 끝난다면 오 시장은 수해 책임론에 이어 ‘무리한 투표 진행에 따른 혈세 낭비’라는 또 다른 정치적 책임론까지 감수해야 한다.
피해 복구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일고 있는 오 시장 책임론도 곤혹스럽다. 민주당은 “이번 수해는 오 시장이 올해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결과로 나타난 ‘오세훈 인재(人災)’”라고 공세를 퍼붓고 있다. 여기에 일부 네티즌까지 가세해 오 시장을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 비유해 ‘오세이돈’이라고 비꼬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수해 대책 예산은 3436억원으로 지난 2005년보다 4배가 늘었고, 일부 단체의 거짓 자료를 야당이 인용해 서울시정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지만 전례 없는 물난리와 정치권의 파상 공세에 묻히고 있다.
대권 가도에 분수령인 무상급식 주민투표까지 남은 기간에 수해 복구를 깔끔히 마무리하면서 주민투표를 성공적으로 이끌지 여부에 ‘정치인 오세훈’의 운명이 달렸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