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 중 한 자리에 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천거했는데, 홍 사장은 내년 총선에서 이 전 대표의 지역구인 충남 홍성ㆍ예산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홍 사장은 17대 때 이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가 이 전 대표에게 자리를 내줘 내년 총선에서 두 사람의 ‘리턴매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전 대표 측은 29일 “남의 당의 최고위원 인선 문제를 우리당과 결부짓지 말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지만, 홍 사장의 천거 소식에 이 전 대표가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란 소리가 들린다.
충청권의 대표적 친이(친이명박)계 인물인 홍 사장은 그동안 지역 발전에 앞장서겠다는 공약으로 유권자들과 두루 접촉해왔고, 최고위원으로 임명될 경우 지도부 발언대를 통해 ‘충청의 대변자’ 이미지를 굳혀 지역 표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나무 다리에서의 조우가 예상되는 이 전 대표와 홍 사장의 과거 인연은 각별하다. 홍 사장은 2002년 대선때 한나라당 사무부총장을 역임하며 대선후보였던 이 전 대표를 적극 보좌했고, 2004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때는 이 전 대표로부터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받았다. 같은 당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두 사람은 한때는 ‘정치적 사제’로 관계가 돈독했다.
한편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을 둘러싼 홍 대표와 다른 최고위원들 간의 마찰은 내년 치러질 총선과 대선에 대한 시각차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홍 대표가 이번 인선을 발표하면서 “총선에서 의석이 나올 수 있는 충청권을 배려하겠다”고 말한 것처럼 홍 대표의 신경은 당장의 총선 승리를 위한 현실론에 쏠려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의 내년 대선을 감안할 때, 호남표가 중요한 유승민 최고위원 등 친박(친박근혜)진영에서는 관례까지 깨면서 호남 몫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호남 몫 최고위원으로 거론됐던 정용화 한나라당 광주ㆍ전남지역발전특위 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 홍 대표의 결정에 대해 “정당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최고위원에 호남 인사가 지명되지 않는 것으로 스스로 지역정당임을 선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경원ㆍ손미정 기자@wisham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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