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노령연금·반값 등록금 등
시행위해 추가재원 45兆 필요
여야 내년 선거겨냥 공수표 남발
정치권은 심도있는 연구 외면
국민들은‘ 나도 보상’심리
미래 세대에 부담만 늘리는 격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입만 벌리면 ‘1조원’ 이상씩 소요되는 복지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나라 곳간이 텅텅 비고, 미래 세대에 돌이킬 수 없는 부담을 짊어지운다는 비판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제기된 정치권의 복지정책만 해도 45조원 이상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혀를 차고 있다. 최근 들어 정치권이나 정부가 내놓은 연령대별 친서민 대책은 크게 네 가지. 노인층을 겨냥한 기초노령연금 인상에서부터 반값 대학등록금, 초등ㆍ중학생 전면 무상급식, 만5세 아동 의무교육까지 전 연령층을 아우르고 있다. 대상을 보면 먹을거리는 물론 집, 건강에다 소득계층은 상류층만 빠진 정도다.
이 정책을 무차별적으로 포퓰리즘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여야가 같은 이슈를 놓고 선명성 경쟁을 벌이면서 소요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데다, 재원대책은 구호 수준이어서 포퓰리즘 냄새가 짙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여야 중진 의원은 이 같은 복지경쟁에 대해“ 국가 규모를 고려할 때 복지예산을 늘려야 하는 데는 찬성하지만, 유권자의 욕망을 부추기는 포퓰리즘적 복지정책
은 대단히 걱정스럽다”고 자탄했다.정부가 최근 발표한‘ 만5세 아동 의무교육’ 정책은 9000억원의 추가 예산 집행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일부 만5세 아동에게 지원된 예산은 2586억원. 내년에
는 4배가 넘는 1조1388억원이 들어간다. 무상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는 민주당은 전면 무상보육으로 맞서고 있다. 민주당 안대로라면 4조1000억원(2017년 기준)을 추가로 집행해야 한다.
민주당이 발표한 기초노령연금 확대방안이 시행되면 내년 1조5000억원을 더 쏟아부어야 한다. 야당 안은 노령연금대상을 현행 70%에서 내년 80%로 확대하고, 연금 수급률을 5%에서 해마다 1%
포인트씩 올리는 것으로 요약된다. 여야는 3년 동안 수급률을 동결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2007년 여야가 연금 수급률을 2028년까지 10%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해마다 0.25%포인트씩 올렸다면 예산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동안 손놓고 있다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올리려 하는 데 대한 비판이다.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도 수급률 인상에 동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노인층을 자극한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언급은기억 속에 생생하다.
서울시와 시의회가 정면충돌하고 있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대상의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려면 국고 1조~1조1000억원이 더 들어가야 한다.
서울시의 전면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 결과는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국민적 판단이 될 전망이다.
반값 등록금 정책도 여야가 대척점에 있다. 한나라당은 내년 1조5000억원 추가 투입으로 방향을 잡았다. 민주당은 진짜 반값을 위해 5조7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간극은 매우 커 보인다.
의료 분야 복지 확대를 놓고 여야가 예상하는 재원 규모는 수십조원이나 차가 난다. 민주당은 입원진료비의 건강보험 부담률을 현행 62.2%에서 2017년 90%로 높인다면 8조1000억원을, 정부는 같은 조건에서 33조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감세철회 등으로 국민 부담이 없다고 하는 반면, 정부와 여당은 건보료 폭탄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최근 급부상한 4대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은 아직 구호뿐이다. 여야모두 심도있는 연구는 없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공수표만 남발하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소외계층을 위한 핵심 정책이지만 여야가 손을 댈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4대보험의 재정이 탄탄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기초생활수급자 수급기준 완화와 근로장려세제 지원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일자리 창출 등까지 포함하면 내년 소요되는 추가 재정은 수조~수십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정치 컨설팅 업체 조원C&I 김대진 대표는“ 정치권 정책을 보면 구호만 난무한다. 실제 와닿지 않는다”며“ 국민은‘ 나도보상받아야겠다’며 벼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