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전문가 집중포화
“美정가 정쟁이 대혼란 초래
수출의존 국가 손실 책임을”
추가 달러살포에 촉각
中보유 美국채등 폭락 우려
위안화 국제화 전략 대비도
[베이징=박영서 특파원]스탠더드 앤푸어스(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추자 중국이 전례없이 미국을 맹비난하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에 이어 그동안 한동안 주춤했던 3차 ‘양적완화’ 논의가 또다시 부상하자 이를 견제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中 매체, 날세운 원색적 비난=중국 정부가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않으나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물론 전문가들까지 나서 거칠고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 미국에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8일 논평에서 “미국이 이제는 책임을 질 때”라면서 “워싱턴의 버릇없는 아이들이 더 손해를 초래하기 전에 치킨게임을 그만둘 때”라고 비난했다.
신화통신은 “미국이 세계 최대 채무국일뿐 아니라 국제 기축통화를 찍어내는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에 달러를 보유한 다른 나라들에게도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그런 나라가 스스로의 이익에만 매달린다면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8일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논평에서 “미국과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이 현재의 부채 위기를 해소하지 않으면 전 세계 경제의 회복에 위협이 될 것이다”면서 “특히 최근의 혼란은 경제적 이유보다는 미국 정가의 정쟁에 의해 촉발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민일보는 “미국과 유럽이 직면한 문제는 서구 민주주의의 정치적 기능장애에서 비롯된 것이다”면서 “미국 정부는 정치적 진창에 빠졌고 워싱턴에서 일어난 것은 경제적 위기가 아닌 정치적 위기”라고 비난했다.
상하이 푸단(復旦)대 쑨리젠(孫立堅) 교수는 “아시아나 중남미, 중동, 러시아처럼 국가경제를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면서 “세계 각국과 협력해 현재의 달러화 주도 국제통화체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3차 양적완화에 우려=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중국은 자신들이 직격탄을 맞게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신용하락으로 미 국채값이 하락하면 세계 최대 규모의 미 달러 및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손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이 경기를 부추기기 위해 3차 양적완화를 통해 또다시 돈을 찍어 풀 경우 달러 약세가 심화돼 가뜩이나 타격받고 있는 중국 보유 미 자산 가치는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돈을 더 풀면 중국경제를 괴롭혀 온 인플레 부담은 가중된다. 이는 중국이 추구해온 위안화 국제화에도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 WSJ)은 미국의 더블딥 우려가 불거지면서 3차 양적 완화 얘기가 또다시 부상하기 시작했다면서 앞으로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 신문은 오는 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는 이렇다 할 조치가 나오지 않을 것이나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오는 26일 연례 잭슨홀 회동 연설에서 뭔가를 내놓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면서 이렇게 전했다.
스탠더드 차터드의 아시아 담당 싱 빈드라 최고경영자(CEO)는 WSJ에서 “미국이 3차 양적완화를 강행할 경우 아시아에 또다시 유동성이 몰려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이 더 강경해질 것이다”면서 “이럴 경우 위안화 국제화 전략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의 바이밍(白明) 부주임도 7일 블룸버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이 3차 양적완화를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때문에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면서 원자재 투기가 재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양적완화를 통해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단기적으로 이보다 더 나은 구상이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py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