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장서 몸사리는 투자
손실 줄이려 대량 손절매
亞 증시폭락 이끈 ‘주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사태 이후 아시아 증시를 폭락장으로 이끈 주범은 헤지펀드라는 분석이 나왔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은 펀드매니저와 금융업계 종사자의 말을 인용, 헤지펀드가 이번주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아시아 증시의 낙폭이 심화했다고 보도했다.
헤지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강된 위험관리정책에 기반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다고 WSJ은 전했다.
헤지펀드는 급락장에서 다른 투자자보다 더 빠른 속도로 주식을 팔아 자금을 회수했고, 주가도 잇따라 곤두박질쳤다.
이 때문에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일본, 호주, 대만, 한국 등의 금융당국은 공매도를 금지한 바 있다. 공매도는 헤지펀드가 주로 이용하는 투자기법으로, 주가가 내릴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팔아 차익을 얻는 행위다.
이번주 아시아 증시 폭락도 내부 리스크 가이드라인에 따라 손실을 막기 위해 대량 매도한 헤지펀드의 행태 때문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씨티그룹의 아시아 파생상품 판매책임자인 폴 앤더슨은 “리스크 매니저가 포트폴리오 관리자의 기능을 인계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을 팔고, 언제 팔지를 결정하는 요소는 가격”이라며 “펀더멘털과는 관계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WSJ은 헤지펀드가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투자자는 아시아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미심쩍어했다. 헤지펀드는 아시아 증시의 상승 기대주에 투자했으나, 손실을 막기 위한 적절한 대비책을 세우지 못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큰 손실을 입었기 때문.
이에 투자자는 헤지펀드에 하락장에서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손절매(손해를 보고서라도 주식을 처분)를 해야 한다는 학습효과를 얻었다는 얘기다.
헤지펀드에 투자 중인 로저스인베스트먼트어드바이저의 에드 로저스 대표는 “헤지펀드가 몸을 더욱 사리면서 시장에 빈번하게 충격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