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하는 기대를 모았던 독일ㆍ프랑스 정상회담은 ‘역시나’ 뚜렷한 해결책 제시 없이 끝났다.
다만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유지, 파이낸셜타임스(FT)의 한국 증시에 대한 호의적 평가 등 호재도 함께 나와 증시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혼조세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16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을 열고 유로존 부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유로존 경제위원회 창설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또 2012년 중순까지 유로존 17개국의 헌법에 균형재정을 명시하도록 강제할 것이며, 2000년 도입에 실패한 금융거래세를 오는 9월에 재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대를 모았던 유로존 공동채권 발행이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당초 국내외 증권가 안팎에서는 유로채권 발행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유럽재정안정기금을 확대하는 선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유럽 재정위기 우려를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실망스런 유로존 빅2의 정상회담 결과는 17일 국내 증시에 제한적이겠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독일과 프랑스 정상회담에서 시장의 기대를 충족할 만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8월 전반부에 집중되었던 이탈리아 국채 만기도래 부담이 완화되었다는 점에서 지난 2주와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리스크가 재연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트리플A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미국의 경제지표가 비교적 양호한 점은 증시의 하락을 막을 것으로 보인다. 전일 발표된 미국의 7월 산업생산은 전월대비 0.9% 증가해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7월 주택착공건수는 소폭 감소했다.
한국 경제와 증시에 대해 냉소적인 편인 영국의 유력 경제지 FT가 최근 세계 경제 불안으로 급락한 한국 증시에 대해 “더 존중받을 받을 만하다”고 평가한 것도 호재다.
FT는 16일자 ‘한국증시: 늦었지만 존중받아야’라는 제목의 렉스 칼럼에서 한국 증시의 현황을 과거 아시아 경제 위기 및 금융 위기 때와 비교하면서 한국 증시가 저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매도를 중단하라고 외국인 펀드 매니저들에게 권했다.
이 같은 밤사이 펼쳐진 유럽과 미국의 악재와 호재들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가 국내 증시의 향배를 가름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전일 외국인의 현물시장에서의 6000억원 이상의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아직 추세적인 매수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고 미국과 유럽의 정책 결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중히 투자에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동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코스피의 저항선은 1960선, 지지선은 1830선으로 설정할 수 있다. 기술적 반등의 목표치가 80포인트 정도 남은 상황이라 매수 대응은 짧게 가져가는 것이 보다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himiso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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