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NBC 보도
글로벌 기업의 채용이 서(西)에서 동(東)으로 이동하고 있다. 유럽, 미국과 같은 전통적인 선진 시장에서 벗어나 아시아 신흥 시장에서 신규 채용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 전문매체 CNBC는 17일 “글로벌 기업들의 채용이 갈수록 유럽과 미국에서 아시아 이머징마켓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영국의 금융중심지 씨티와 미국 월가에서는 구조조정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채용 움직임의 선두 주자는 은행권이다. 영국의 로이드뱅킹그룹과 HSBC 등 전 세계 대형 은행 8곳은 올여름 일제히 6만명의 인력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더블딥(이중 침체) 우려가 커진 탓이다.
HSBC는 이달 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2013년까지 최대 3만명을 감원하는 한편, 급성장하는 아시아와 중남미에서는 오히려 채용을 늘려 매년 3000~5000명씩, 향후 3년간 최대 1만50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영국 최대 모기지은행 로이드뱅킹그룹은 2014년까지 15억파운드(24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1만5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채용및고용연맹(the Recruitment & Employment Confe deration)의 톰 하들리 정책국장은 “금융 분야는 가장 먼저 회복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가장 먼저 해고되는 분야이기도 하다”면서 “런던 금융가 일자리는 이미 정체된 상태로, 시장은 다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의 ‘텃밭’이었던 유럽과 미국에서의 수익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HSBC가 지난 1일 발표한 상반기 실적에 따르면, 유럽 지역에서 거둔 세전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의 3분의 2 수준으로 감소했다. 반면 홍콩을 포함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창출된 세전순이익은 그룹 전체 세전순이익(115억달러)의 60%에 달했다.
인사컨설팅업체 하비내시의 앨버트 엘리스 최고경영자(CEO)는 “거시적 위기(macro crisis)로 많은 기업이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며 “다만 이들 기업은 기술 발전 속도와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는 고용의 흐름을 설명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