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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리폴리 함락>27세 혁명가서 42년 독재자로…시민혁명 앞에 무릎꿇다
철권통치 사실상 마침표…카다피는 누구인가

1969년 대위신분으로 쿠데타

산업 국유화·여론 통제로

무소불위 통치체제 구축


아랍동맹 통해 서방과 대립

잇단 테러 감행·지원도


국제무대서 각종 기행 유명

‘중동의 미친개’ 악명 떨쳐



난 42년간 권력을 유지했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현존하는 최장수 독재자다. 철옹성같았던 그의 권력도 들불처럼 번지는 중동 민주화 혁명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카다피는 경제난과 인권탄압 등 실패한 리더십에도 불구하고 차남으로 권력세습을 시도하는 등 국민들의 반감을 사왔다.

▶혁명가서 독재자로=1969년 육군 대위였던 카다피는 제2의 도시 벵가지에서 무혈 쿠데타를 일으켜 친서방 성향의 왕정을 무너뜨리고 그해 9월 ‘리비아 아랍공화국’을 세웠다. 당시 그의 나이 27세였다.

카다피는 쿠데타 이후 혁명평의회를 구성해 왕정을 폐지하고 스스로 의장에 올랐다. 그는 다른 독재자들과는 달리 평생 대령에 머물면서 공식 직함인 ‘9월의 혁명지도자’를 고수했다. 그를 리비아의 대통령으로 부르지 않는 이유다.

혁명 후 리비아에 희망을 보여주는 듯 했던 카다피의 절대권력은 곧 부패했다. 카다피는 석유산업을 포함한 주요 산업을 국유화하고 외국인 재산을 몰수하면서 재산을 불려갔다. 또한 극단적 이슬람을 재해석해 이슬람 원리주의 종교지도자를 투옥하고 추방했다. 이어 자신에게 반기를 들 수 있는 군사력을 최소화하고 인민혁명을 통해 문화ㆍ이념적 통제를 실시, 사실상 무소불위 독재자의 길에 올랐다. 

=1970년대 카다피는 아랍 맹주의 야심을 드러냈다. 리비아와 이집트, 튀니지, 시리아 등 아랍 국가들이 동맹을 맺어 서방국가에 대항하는 힘을 기르자고 제안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이후 카다피는 통치기간 내내 반미 무장단체 지원과 테러를 감행하면서 서방국가과 대립각을 세웠다.

카다피 정권은 1985년 12월 로마와 빈에서 동시에 발생한 폭탄테러의 배후로 지목돼 이듬해 미ㆍ영 연합군의 두차례 보복 공습을 받았다. 1986년 4월에는 서베를린 미군 출입 나이트클럽에 폭탄테러를 감행했고 이에 미군은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국가원수 관저를 폭격했다. 이 공습으로 카다피가 입양한 딸 한나(당시 4세)가 숨지기도 했다.

1988년에는 영국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270명의 희생자를 낸 미국의 팬암기 폭파사건에 개입한 의혹으로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포함됐다. 이후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다가 2003년 대량살상무기 자진 폐기 결정을 내리면서 서방과의 화해무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친서방 아랍국가들을 맹비난 하는 등 외교분쟁을 일으켰다.

▶돌출행동 ‘중동의 미친개’=카다피는 독재자로서의 악명 못지않게 기이하고 광기있는 행동으로 유명하다. 서방국가의 보복공습 등 수십 차례 암살 위협에 시달린 카다피는 하루가 멀다하고 잠자리를 옮기면서 돌출 행동을 일삼았다. 물위 비행을 극도로 꺼렸고 숙소는 1층만을 고수했다. 또한 부족한 군사력의 공백을 돈으로 매수한 아프리카 용병들로 채웠다.

2007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대화의 자리에서는 연신 파리채를 휘둘러 대는 무례한 행동을 보였는가 하면, 2009년 사상 처음으로 유엔 총회장에 참석한 카다피는 할당된 연설시간(15분)을 90분이나 끌며 황당한 발언을 했다.

그는 유엔 헌장을 찢으면서 “안전보장이사회를 테러이사회로 불러야 한다”며 “아프리카 1000년 왕국의 이름으로 서방세계에 72조7700억달러를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버락 오바마는 아프리카의 아들로 영원히 미국의 지도자로 남아야 한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여성 편력도 심각하다. 그는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경호원을 금발의 미녀들로 채웠고, 내연관계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출신 금발의 간호사에게 매료돼 그녀 없이는 여행도 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그의 기이한 행동에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그를 “중동의 미친개”라고 평가했다. 또한 CNN앵커인 조나단 만은 “카다피 국가원수는 내가 만나본 가장 이상한 국가 지도자”라고 밝히기도 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서방국과 대립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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