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방이 묘연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24일(현지시각) 자신이 트리폴리 시내를 “잠행”하고 있다고 호기롭게 선언하면서 주민들에게 수도에서 반군을 “쓸어내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평소와 같이 강렬한 수사법은 없었고 대신 좀 가라앉은 듯이 들렸다.
카다피는 이날 알-라이 TV를 통해 방송된 음성 메시지를 통해 “나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용의주도하게 트리폴리 안을 돌아다니고 있다”며 “나는 트리폴리가 위험에 빠져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잠행하고 있다”며 “나는 젊은이들이 그들의 도시를 지킬 준비가 돼 있는 것을 보았다”고 주장했다고 아랍권 위성 보도채널 알-아라비야가 보도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언제 거리로 나왔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카다피는 반군을 “쥐새끼들”, “악마”로 지칭하며 주민들에게 트리폴리에서 반군들을 “쓸어내라”고 촉구했다. 그는 “모든 리비아인들은 트리폴리에 있어야 한다”며 “젊은 남성과 부족의 일원, 여성들은 트리폴리를 휩쓸고 다니면서 반역자들을 샅샅이 찾아내야 한다”고 외쳤다. 그는 “악마들”로부터 “트리폴리를 해방시키라”고 촉구하면서 주민들에게 “왜 그들이 (트리폴리를) 파괴하도록 내버려 두고 있느냐”고 물었다.
카다피는 또 수도 트리폴리의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에서 철수한 것은 ‘전술적 이동’일 뿐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죽을 때까지 항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카다피는 이날 트리폴리의 한 지역 라디오 방송을 통해 알-아지지야 요새가 64차례에 걸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폭격으로 무너졌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알-오루바 TV가 보도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토군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거나 순교할 것이라고 말해 끝까지 싸울 뜻을 드러냈다.
카다피 정부 대변인도 자신들이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이라도 나토군과 반군의 공격에 저항할 수 있다고 알-오루바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말했다.
한편 알-아라비야 TV는 리비아 반군이 카다피 세력으로부터 트리폴리를 빼앗아 장악하는 과정에서 4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최소 2000명이 부상했다고 반군 측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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