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대학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LA) 법과대학원에서 주식사기범의 고액기부금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4일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UCLA 법대는 로웰 밀켄이라는 동문에게 1000만 달러라는 거액의 기부금을 받았다. UCLA 법대는 기부자의 이름을 따 ‘밀켄 연구 과정’을 신설할 예정이다.
그러나 저명한 상법 전문가인 린 스타우트 교수가 밀켄이 20년 전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된 전력을 들어 기부금 접수는 물론 밀켄의 이름을 딴 과정 신설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 논란이 됐다. 밀켄은 1991년 주가 조작 혐의로 연방 당국에 의해 주식 관련 업종 종사 금지 처분을 받았다. 형사 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사실상 동업 관계이던 형 마이클 밀켄은 교도소까지 다녀왔다. 이후 세월이 흘러 밀켄 형제는 자선사업가로 명성을 얻었고 동생 로웰 밀켄은 특히 교육 분야에 많은 돈을 기부하는 큰 손으로 거듭났다.
스타우트 교수는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 마크 유도프 총장과 UCLA 진 블록 총장에게 편지를 보내 “밀켄의 기부금을 받는 것은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대학의 명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LAT와 인터뷰에서 그는 “밀켄 연구 과정이라는 게 생기면 학생들이 뭘 배우겠냐”면서 “주식 시장에서 불법 행위를 벌이다 퇴출된 사람은 UCLA 법대 학생들이 본받아야 할 인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밀켄이 암 전문 병원에 돈을 보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법대는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UCLA 수뇌부의 생각은 다르다. 블록 총장은 “기부금을 접수받을 때 대학 당국은 윤리적인 문제점이 없나 면밀하게 살피지만 아무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못을 박았다. UCLA 법대 레이철 모런 학장도 “스타우트 교수가 왜 딴죽을 거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동료 교수이자 역시 상법 전문가인 케네스 클리 교수는 “동문 독지가들에게 더 많은 기부금을 받으려면 하는 수 없지 않느냐”고 현실을 받아들이자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비단 UCLA 법대에 한정된 것은 아니며 대응도 대학마다 다르다고 LAT는 지적했다. 2005년 뉴저지의 세턴 홀 대학은 타이코 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이던 데니스 코즐롭스키가 주가 조작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자 건물과 도서관 앞 광장에 붙어 있던 코즐롭스키의 이름을 없앴다. 반면 휴스턴 대학은 희대의 분식 회계 사건을 저질러 미국을 충격에 빠트린 엔론의 창립자 케네스 레이의 이름을 딴 석좌교수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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