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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오세훈 ‘보수 아이콘’ 으로 부활? 정치생명 치명타?
급식투표 패배 불구‘ 보수 투사’각인…“한 사람 독선 때문에 여권 통째로 망쳤다” 비난도
투표율 33.3%를 넘지 못할 경우 시장직을 내놓겠다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비장한 승부수도 먹히질 않았다. 투표함조차 열지 못했다.

오 시장은 이번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선거판에 시장직만 올린 게 아니다. 지금까지 구축했던 자신의 참신하고 진보적인 이미지, 개혁적 정체성도 함께 올렸다. 대신 그는 망국적 포퓰리즘을 막겠다는 전통적 보수 가치를 선택했다.

정치인이 변절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살아온 궤적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2000년 화려하게 국회에 입성, 차떼기 정당으로 전락한 한나라당의 개혁을 주도하며 ‘오세훈법’으로 불리는 개정 정치자금법을 통과시킨 뒤 곧장 2004년 총선 불출마까지 선언했다. 국민은 그가 이끈 개혁의 속도에 감탄하며 ‘한나라당의 미래’라고 평가했다. 그의 정치적 최대 장점은 참신과 개혁이었다.

시절은 정치인의 정체성마저 변하게 했다. 지난해 6ㆍ2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했지만, 그의 확고한 지지 세력은 전통적 한나라당 지지층인 강남 3구로 압축됐다. 정치적 외연은 좁아졌다. 야당 일색인 시의회와 진보 서울시 교육감에게 사사건건 발목이 잡히면서 ‘작은 정부’ 수장으로서의 입지도 축소됐다.

결국 그는 몰아치는 포퓰리즘에 맞서 싸우는 ‘보수의 투사’를 선택, 정면승부를 걸었다. 여당에서조차 친박계를 비롯해 쇄신파 의원들은 복지 대세론에 휩쓸려 갔지만, 그는 혈혈단신 ‘선택적ㆍ맞춤형 복지’를 고수하며 보수적 가치를 지키고자 했다. 그래서 주민투표 패배에도, 그가 보수의 아이콘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일정 역할을 하고 차차기 대선 주자로 부활할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론은 많다. 서울시장직은 결코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당장 정국은 급속하게 10월 보궐선거로 빨려들게 된다. 여론은 집권 여당에 호의적이지 않다. 당내 차기 대선 주자는 물론,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상당한 부담이다. 자칫 오 시장의 독선 때문에 여권을 통째로 망쳤다는 날선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보수의 아이콘으로 각인되는 게 오히려 오 시장의 정치생명에 치명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탄탄대로의 정치인생에서 최대 위기를 맞은 오 시장의 앞날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그의 선택으로 인해 정국이 시계 제로의 혼돈 상태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박정민 기자/boh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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