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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계자들' 빠진 MB호, 풍랑은 몰아치는데...
MB노믹스와 비핵ㆍ개방ㆍ3000 등 이명박 정부의 기초를 설계했던 ‘거물급 MB맨’들이 권력의 중심부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임기 말 청와대의 국정 운영에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 해 하반기 ‘책사 순장조’인 이동관, 박형준 두 수석이 2선 후퇴하고, 올들어 MB노믹스의 좌장격인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민간으로 이동할 때만 해도 이들의 거취 변화는 권력의 추가 만들어낸 자연스런 인물 교체로 비쳐졌고, 어느 정도 예상된 인사개편이었기에 국정 공백없는 연착륙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 8월 이명박 정부의 통일정책 기조를 입안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여권의 반대기류에 밀려 자리를 물러난 이후 MB맨들의 중도 하차가 이어지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MB정부의 공신 중의 공신인 이재오 의원이 특임장관 자리를 내놓고 국회도 아닌 지역구에 자리를 틀었다. 청와대의 그림자 실세로 불린 김두우 전 홍보수석과 최중경 지경부 장관(전 경제수석)은 비리 의혹과 정전 대란의 오명 속에 27일 각각 구속, 중도 사퇴의 길을 걸었다. 현 정부 인적 네트워크의 주요 축이 불과 한 두달 새 한꺼번에 무너진 셈이다.

이로써 집권 후반 강력한 친정체제를 구축해 ‘일하는 정부’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청와대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당초 김두우(홍보)-김효재(정무) 라인과, 박재완(기획재정부 장관)-최중경(지식경제부 장관) 라인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임기 후반 정치와 경제 현안을 안정적으로 풀어간다는 복안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임기 후반에는 대통령의 뜻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국정을 추진해야 권력누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면서 “빈 자리가 있어도 이런 조건을 두루 갖춘 인물들을 인선하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명박 철학을 공유하는 인물들의 잇딴 하차 여파로 정부 정책이 혼선을 빚거나 정체성 시비에 휘말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논란이 감세 공방이었다.

청와대 한 참모는 “재정위기와 정치권의 압박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청와대에 남아 있었다면 감세 기조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 이라며 “정책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다”고 전했다.

현인택 장관의 사퇴 이후에는 통일 정책을 둘러싼 유연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현재 MB정부 설계자 중에는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과 복귀한 류우익 통일부 장관 정도가 남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정권 공신인 백 실장과 류우익 장관이 현직에 남아있지만 이미 많은 MB맨들이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벗어나 있고 내년 총대선을 앞둔 여당의 청와대 차별화 전략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청와대가 국정 주도권을 유지하는 데는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춘병 기자@madamr123>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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