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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 ‘2003년의 악몽’ 되살아나나
박원순에 충격 패배뒤 의원·당원 자괴감…세력마찰로 당 갈라진 기억 ‘흉흉한 黨心’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를 모르는 건지, 모른 체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민주당원 김모 씨는 5일 당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민주당 정말 이럴 겁니까’라는 제목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후보조차 못 내는 민주당을 바라보는 심정은 참담하다”며 이같이 적었다.

▶참담한 민주당=87명의 소속 국회의원 심경도 비슷하다. ‘미니 대선’이라고 불리는 거대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이 후보조차 내지 못하게 된 상황은 의원에게 자괴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곧바로 이어진 손학규 대표의 사의 표명으로 당이 일순간에 뿌리째 흔들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4선의 이석현 의원은 “민주당은 우리가 지난 60년 동안 지켜온 전통 야당으로, 뿌리도 있고 자부심도 있다”며 “그러나 이번은 (경선 결과) 솔직히 충격”이라고 말했다.

또 선거는 원래 인물전인데, 내년 총선과 대선을 보더라도 내세울 만한 변변한 ‘얼굴’이 없다는 점도 큰 위기감으로 다가온다. 그동안 당은 손 대표만 바라보다가 난관에 봉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열린 긴급 의원총회는 파국을 막아보자는 의견과 함께 손 대표 사퇴를 철회하는 요구가 쏟아져 나왔다.

김효석 의원은 “당원이 허탈하고 공황 상태에 있어 다독이는 차원에서 대표의 충정은 이해가 되지만 사퇴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강기정 의원은 “(손 대표의) 참모들이 어떻게 사퇴까지 가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되살아나는 ‘2003년의 추억’=손 대표의 사퇴로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2003년 새천년민주당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분당될 때와 마찬가지의 최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003년 당시 이른바 ‘천신정(천정배ㆍ신기남ㆍ정동영)’이라 불린 창당파와 구(舊) 민주계 등 반대파가 충돌하며 결국 서로 갈라서는 형국이 됐던 것과 유사한 세력 마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야권 통합정당 건설을 주장해왔던 정동영 최고위원 등은 새로운 틀에서 야권 진영의 판을 하나로 짜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내년 선거를 다른 야당과 연대해서 치르되, 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의총에서 “손 대표를 중심으로 지도부는 앞으로 두 달 안에 당 개혁에 대한 쇄신안을 해결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 ‘사면초가’ 민주당=사실 이번 서울시장 보선을 놓고서도 민주당은 외부 세력으로부터 포위를 당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두관 경남지사, 이해찬 전 총리 등 거물급 외곽 친노 세력이 대거 포진해 있는 ‘혁신과 통합’이 사실상 박원순 변호사를 암묵적으로 지원해왔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역시 박 변호사 편이었다. 게다가 진보 성향 시민단체도 똘똘 뭉쳐 박 변호사 지원에 나서는 등 민주당은 진보개혁 진영의 맏형이지만, 외로운 경선을 치러야 했던 게 사실이다.

또 손 대표 사퇴에 따른 지도부 개편 문제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행 당헌ㆍ당규대로라면 지난해 전당대회 차점자인 정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하게 돼 있지만, 최고위원 총사퇴 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구성해야 한다. 현재 임시 지도부 형태를 놓고서도 최고위원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서경원ㆍ양대근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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