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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安ㆍ朴 돌풍과 독일의 해적당
독일 베를린에서는 해적당(Piratenpartei)의 시 의회 진출이 요즘 화제다. 해적당이 선거에서 내건 공약을 보면 공공교통요금 무료화 등 기발한 것이 많다. 이런 기발함이 현실성과는 거리가 있지만, 실현 가능성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해적당의 출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정당이 녹색당이라는 사실이다.
녹색당은 ‘한발은 운동권에, 한발은 제도권에’라는 기치로 출발했다. 출범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 제도권 정당으로는 성공했지만 운동권 집단으로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항의정당(Protest Partei)에서 출발한 녹색당이 다시 다른 항의정당으로부터 존재를 위협받게 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시민운동권이 제도 정치권에 들어오면 시간이 문제일 뿐 반드시 기성정당화한다는 점이다. 이는 ‘안철수 돌풍’이 불고 있는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기성 정당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건 독일의 상황과 같지만, 독일은 이들 항의정당이 언젠가는 기성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이들을 기성 정치권에 대한 ‘옐로카드’로 사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대안세력을 아예 정치권에 대한 ‘레드카드’로 사용하려 한다는 차이점도 존재한다. 즉 독일은 지방의회 선거에서 이들 대안세력의 진입을 허용했던 반면, 우리는 중앙선거와 맞먹는 위력을 가진 서울시장 선거에서 대안세력을 진입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차이는 정치권의 무기력함과 부패 정도가 독일보다 훨씬 심하기 때문에 비롯되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우리나라는 아예 정치를 무시하려는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지금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나는 꼼수다’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방송을 듣다 보면 속은 시원하지만 한국 정치의 미래를 생각해볼 때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 우선 이런 방송은 정치 혐오증을 증폭시킨다. 정치 혐오증이 증폭되면 정치라는 이름의 갈등 해소 과정은 위축된다. 그렇게 되면 시민사회와 정치권력은 정치라는 완충지대 없이 무한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정치를 단순화시킨다는 점이다. 정치란 이성적이고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에 이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면 흑백논리가 발생하게 된다. 세상을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도로 보게 되고, 그래서 상대를 타협 대상이 아닌 제거의 대상으로 보게 만들 위험이 생긴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정치를 사람 중심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단점도 심화시킨다. 정치란 분명 이성적 제도임에도 이를 사람 중심으로 파악하게 되면 사람만 바꾸면 ‘만사 오케이’라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말이다. 즉, 누가 나와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제도를 만드는 게 우선임에도 사람만 바꾸려 한다는 것이다. 정치를 비판해도 좋고 정치를 비난해도 좋지만, 정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명심해야 할 점은 해방 이후 1987년까지 우리는 정치가 무시되는 정치 실종 상태에서 살아왔다는 점이다. 좌우의 색깔이 다르니 그때의 상태로 돌아가자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역사를 다시 경험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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