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당원 70% 수적우위 앞세워
“진상조사委, 진상조사하자” 생떼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막가파식 정치가 위험수위다.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진상조사위를 진상조사하자’며 공청회까지 단독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당권파의 몸통으로 지목되는 이석기 당선자는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치러진 적 없는 총당원 투표에 몸을 숨기며 사실상 사퇴 불가 입장을 밝혔다. ‘어이없다’는 관전평이 쏟아진다.
이정희 대표는 당권파 중심으로 8일 자신이 제안한 비례대표 경선부정과 관련한 진상조사위에 대한 공청회를 강행했다. 참여를 거부한 진상조사위와 비당권파의 의견은 무시했다. 이날 공청회는 부정투표 당사자로 지목된 당원들이 진상조사위원회의 결과 발표를 비난하는 성토 일색이었다.
이는 진상조사위의 결과 발표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의 연장 선상으로 해석된다. 당권파 측은 조사위 발표 당일 ▷기초적인 사실관계 확인도 안됐다 ▷조사 곳곳이 허점 투성이다고 주장했다. 당권파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이 대표의 공청회 제안도 사실상 진상조사위에 대한 흠집내기와 이 조사결과를 부정하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곧 향후 당권파 인사들이 비례대표를 사퇴하지 않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조사가 부실했으니 이에 근거한 비례대표 14명의 전원 사퇴 결정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 아니냐는 논리다.
진보당 비례대표 2번 이석기 당선자의 ‘당원 총투표’ 제안도 명백한 꼼수에 해당된다.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현재까지 단 한 번도 당원 총투표가 치러진 적이 없기 때문. 그런데도 이 당선자가 당원 총투표를 걸고 넘어지는 이유는 뭘까.
진보당의 의사결정 과정은 크게 네 가지다. 대표단회의(구성인원 4명), 전국운영위원회(50명), 중앙위원회(550여명), 당원(7만5000여명) 등이다. 이 가운데 주요 의사결정은 전국운영위를 통해 이뤄지고, 이보다 더 무거운 사안은 중앙위에서 결정한다.
이 당선자가 당원 총투표를 제안한 것은 지난 4일 전국운영위에서 부정경선을 이유로 비례대표 14인에 대한 총 사퇴 안건이 가결된 데 따른 것이다. 전국운영위 50명의 분포는 민노당(당권파)계가 55%, 참여당ㆍ진보신당(30%ㆍ15%) 등 비당권파가 45%로 이뤄진다. 당권파가 모두 비례대표 인사 사퇴 안건을 부결했다면 안건 통과가 불가능했던 것. 그런데 이 안건이 가결되면서 일부 반란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인천-울산연합과 구민노당계 일부가 비당권파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당선자가 중앙위원회가 아니라 당원총투표를 제안한 것은 중앙위원회에서도 비례당선자들의 사퇴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은 탓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하나는 당원 비중은 여전히 당권파 인사들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이 합당할 당시 6만여명의 당원 가운데 당권파 당원은 4만5000여명이 넘고, 당원이 7만5000여명이 된 현재로서도 당권파 당원은 5만명이 훌쩍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당선자가 당의 의사결정 과정보다 당원 총투표를 선택한 이유다.
비당권파 측은 당원 명부에 대한 검증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과거 민노당은 당비 대납, 유령 당원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된 바 있어 당원 명부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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