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군용 GPS를 사용하는 장비는 암호화돼 있어 교란 자체가 불가능하고, 군장비 중 상용 GPS를 사용하는 장비는 작동을 중단하고 수동으로 전환해 우리 군의 피해가 거의 나타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북한의 GPS 교란 전파를 무력화하는 항-재밍(anti-jamming) 기술을 이용한 대응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GPS 교란 전파 발사에 대응해 우리 군의 피해가 ‘0’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이번 북한의 GPS 교란 공격에 의한 군과 민간의 피해가 미미했다는 이유로, GPS 교란 공격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북한의 GPS 교란 공격은 지난 2010년과 2011년, 2012년 등 3차례에 이어 4번째로 진행된 것으로 단순한 교란 전파 발사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전자장비 보안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북한의 4회에 걸친 GPS 교란 공격에 대해 장비 테스트 또는 자체 프로그램에 따른 훈련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사시에는 이번 기회에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다 강하고 치명적인 전자전 공격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우리 군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군용 GPS를 사용하지 않는 유도무기들이 1차로 거론된다.
군이 사용하는 유도무기는 모두 GPS 장비와 함께 사용되는데 장비별로 군용 GPS를 사용하는 것도 있고, 민간의 상용 GPS를 사용하는 장비도 있다.
군용 GPS를 쓰는 유도무기는 GPS 장비 운용 신호가 암호화돼 있어 적의 교란 전파 발사에도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다.
우리 군이 개발한 지대공 중거리유도무기 천궁 발사장면 |
그러나 군용 GPS 없이 민간 상용 GPS를 사용하는 장비는 적의 교란 전파에 취약하다.
예를 들어, 우리 공군이 사용하는 GPS 정밀 유도폭탄(JDAM)은 군용 GPS를 사용해 전파 교란에 영향을 받지 않고 목표물의 3m 이내 범위를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일반 폭탄에 간단한 유도키트만 장착하면 만들 수 있는 JDAM은 가격 역시 저렴한 게 장점으로, 폭격기로 공중에서 투하하는 형태로 투발된다. 이때 투하 직전 목표물 위치를 입력해 두면 GPS 신호를 수신해 목표물을 따라가 명중하게 된다.
공군의 F-15K 전투기, 해군의 이지스구축함 등 우리 군의 첨단 무기도 대부분 군용 GPS를 사용한다.
그러나 군용 GPS 없이 민간 상용 GPS를 사용하는 군 장비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군용 GPS 장착 무기의 해외 판매에 상당히 제한을 두기 때문에 우리 군이 필요로 하는 무기 중 일부 무기는 상용 GPS만 사용하고 있다. 미국 외 유럽에서 수입한 일부 무기들도 상용 GPS 장비만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무기들이 실전에서 북한의 GPS 교란 공격에 직면한다면 우리 전력에 상당 부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군은 차기 첨단무기 선정에 있어 군용 GPS 장착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 군은 지난 30일 발표한 2017~2021년 국방중기계획에 북한 장사정포 위협 대응용으로 사거리 120㎞ 가량의 전술지대지유도무기를 오는 2018년까지 개발 완료하고 2019년 실전 배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기습 발사한 뒤 북한의 산악 지형 지하갱도로 신속히 숨어 우리 군의 대응을 피하는 북한 장사정포를 정밀 유도무기로 무력화한다는 계획이다.
군은 7일 이 전술지대지유도무기에 군용 GPS를 탑재하는 방안을 미국 축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시철 방위사업청 대변인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군이 개발 중인 전술지대지유도무기에 항재밍 기능을 갖춘 군용 GPS가 도입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해당 GPS의 판매승인 절차는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고 미 정부의 판매승인 절차도 까다롭다”며 “현재 미 정부와 우리 측간의 판매승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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