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장병들에게 실전과 같은 훈련 환경을 제공하는 ‘교전훈련장비(마일즈)’ 성능이 수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마일즈 장비의 핵심 기능인 공포탄 감지율, 영점유지율, 무선통신 기능 등에서 총체적으로 성능 미달 사태가 발생해 국민들을 경악시키고 있다.
감사원은 11일 무기ㆍ비무기체계 방산비리 기동점검 관련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8건의 문제점을 적발하고 2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군 장병들이 총체적인 성능 미달 판정을 받은 ‘교전훈련장비(마일즈)’를 착용하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 |
감사 결과에 따르면, 육군본부는 지난 2013년 10월 방산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마일즈 시스템을 개발했다. 2014년 9월에는 152억원 규모의 마일즈 장비 4개 세트를 납품받았다. 육군은 향후 2019년까지 이 장비를 총 800억원을 들여 세트당 40억원씩 총 20세트를 납품받기로 했다.
그런데 이 마일즈 시스템 성능은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일즈는 육군 장병들이 아군과 적군으로 나눠 실전과 같은 훈련을 펼치는데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장병들이 상대방에게 공포탄을 발사하면 레이저 광탄이 발사음을 인지해 가상으로 발사된 총탄이 적군이나 목표물을 적중시켰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결과에 따라 장병들의 훈련 성과가 측정되고, 비록 훈련이지만 전투에서 누가 승리했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마일즈 시스템은 공포탄이 발사될 때 레이저로 이를 감지하는 것이 핵심기술로 꼽힌다.
그런데 군이 납품받은 마일즈 시스템은 공포탄 감지율이 기준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포탄 감지율은 레이저 광탄이 공포탄의 발사를 인지하는 비율이다. 애초 군이 방산업체에 요구한 마일즈의 성능은 공포탄 100발을 발사했을 때 허용 오차가 1발 이하였다.
그러나 육군본부가 마일즈를 대상으로 실시한 3차례의 운용시험평가 결과 K-1 기관단총, K-2 소총, K-3 경기관총의 공포탄 감지율은 83.8%~92.8% 범위였다. 100점 만점에 99점을 맞아야 하지만 83점에서 92점을 받은 셈이다.
이후 육군본부의 대응이 더욱 의혹을 키우고 있다.
육군본부는 미달이 나오면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평가방식을 바꾸더니 똑같은 마일즈 시스템에 대해 합격 처리를 했다.
군의 이상한 대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격 훈련에서 영점이 일정한 범위 내에 유지되는 비율을 계산한 영점유지율도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육군본부가 2013년 5월 3차 운용시험평가를 실시한 결과 K-1, K-3는 영점유지가 된 화기가 1정도 없었다. K-3는 34%, 90㎜ 무반동총은 25%, 대전차화기 PZF-3은 50%만 영점을 유지했다.
육군본부는 여기서도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대응으로 일관했다. 또 다시 평가 방식을 바꿨고,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관련 문서를 작성해 적합 판정을 내렸다.
훈련 현장과 지휘본부의 통신시스템인 무선데이터통신네트워크(DCN)도 성능이 기준 미달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4개 사단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협곡 등의 지역에서는 대부분의 통신이 지연됐다. 또 가까이 있는 훈련병간의 통신도 원활하지 않는 등 통신접속률은 49.2%∼60.2%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서도 군이 시험평가 규정을 바꿔 합격판정을 내리려 하자 이번에는 사업단이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자 업무 담당자인 모 사단장이 자신이 책임지겠다며 관련 평가 규정을 바꿔 합격 판정을 내렸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육군본부가 지난해 9월 103억원을 투입해 구축한 과학화훈련시스템에도 많은 문제가 나타났다.
과학화훈련시스템은 전차가 실제 전투현장과 비슷한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이용해 3차례 시험운용평가를 실시한 결과 전차와 장갑차의 위치나 영상 정보가 제대로 송수신되지 않는 문제가 나타났다. 그러나 군 당국은 통신접속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평가방식을 변경한 뒤 또 적합 판정을 내렸다.
전차가 특정 지점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표적이 올라오는 전차표적기 자동운용시스템 역시 72%만 제대로 가동돼 군의 요구 성능인 99%에 미달했는데도 군은 합격 판정을 내렸다. 표적기를 원격이나 수동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게 합격 이유였다.
이를 담당한 사업팀장은 방산업체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제과점이나 식당 등지에서 사용하고,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일식집에서 저녁식사를 대접받기도 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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