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문가 경희대 국제법무대학원 강효백 교수의 다급한 목소리다.
“중국이 완전히 돌변했어요. 이거 큰일이네.”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해 계속 반대했지만, 한국이 급기야 사드 배치 후보지를 발표하고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서 중국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얘기다.
그는 “외교관 등 정부 고위관리나 국제 문제 전문가들이 사드를 배치해도 중국이 보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를 들고 나오는데 그건 완전히 틀린 소리”라며 “사드 배치를 결정한 한국에 대해 중국의 보복이 광범위하게 가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먼저 우리 피부에 와닿는 중국의 보복은 연예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 당국이 한류 스타의 중국 내 활동을 금지시켰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우리 한류스타들의 중국 활동 중단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한중 사드갈등에 이어 중국 팬미팅이 무산된 김우빈과 수지 [사진=KBS화면캡쳐] |
한중 사드갈등에 이어 중국 드라마에서 하차하는 유인나 |
중국 드라마 촬영 중이던 유인나는 드라마를 거의 다 찍어놓고 하차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가 촬영한 분량 전량이 삭제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중국 측 연예업계에서는 “불가항력적인 이유”라고만 설명하고 있다.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며 한류스타 행렬에 동참하고 있는 배우 김우빈과 수지는 중국에서 대규모 팬미팅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팬미팅 불과 3일 전 행사가 무기한 연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그 외에도 우리 한류스타들의 중국 활동이 번번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가로막히고 있다.
강 교수는 앞으로 이보다 더한 상황이 올 것으로 예감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위정자들이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며 땅을 쳤다. 휴대폰 너머로 정말 답답해하는 그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의 의견을 떠나서 우리 한류 스타들의 중국 활동이 중단되고 있고, 그 이유로 사드 갈등이 제일 먼저 거론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합리적 대처 노력이 아쉽게 느껴진다.
지난해 8월 열린 중국 전승기념일에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을 직접 방문해 큰 환대를 받았다. 당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함께 이날 행사의 최고 귀빈으로서 중국 주석 시진핑 옆에 나란히 섰다.
이로 인해 한중 관계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시진핑 중국 주석 체제의 최대 정치행사로 불리는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민주진영 국가 수반으로서는 유일하게 참가해 중국 체면을 세워주면서 미국의 심기는 불편하지 않게 하는 절묘한 외교술을 보인 것. 또한 박 대통령은 1950년대 북한 김일성 주석이 차지했던 중국 지도자 옆자리를 대신 차지하며 60년만에 바뀐 국제정치 판도를 전 세계에 알렸다.
한중관계도 화려한 서막을 열고 경제, 문화적으로 건국 이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교류를 경험했다. 국내 인기 연예인들 상당수가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에 진출한 건 덤이다. 우리 연예업계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한국 드라마 회당 출연료가 1000만원이면 중국 드라마 회당 출연료는 1억이라는 풍문과 함께 국내 연예인들 다수가 호시절을 누렸다.
이 시기를 남녀가 만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사랑을 나눴던 시기라고 비유한다면, 지금 중국의 행태는 마음이 떠나 이별을 고하기 직전의 남자와 같은 모습처럼 비춰진다. 남성은 여러 차례 여성에게 어떤 특정한 행동을 삼가해달라고 얘기했다. 여성은 그 얘기를 들었지만 “그 행동을 하느냐, 안 하느냐는 내 마음”이고 “내가 그 행동을 하더라도 남자가 나에게 결국 어떻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그 특정 행동을 계속했다. 그렇다면 그 다음 단계는? 남녀의 이별이다.
이 시점에서 남자의 마음을 돌리느냐, 내버려두느냐를 놓고 국내 정치권에서 여야간 의견 차이가 빚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6명은 사드문제 논의를 위해 오는 8일 2박3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국에 가서 사드로 촉발된 양국 관계 악화가 중국의 경제제재로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현지 분위기를 파악하고 중국 주요 인사와 면담을 갖고 향후 당 차원의 대책 수립 시 참고할 계획이다.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이들의 방중계획에 대해 “집권여당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제1야당인 우리 당이 대신하는 것”이라며 “이번 방문의 목적은 중국의 정책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학자 등 지식인들에게 ‘과잉대응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며 중국의 과잉대응에 대한 우리 국민의 우려를 전달하고, 불안해하는 교민들을 다독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당인 새누리당 측은 이들의 방문에 대해 굴욕적이고 자존심 상하는 행위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6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6명이 사드 배치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 “정말 기가 막히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경남 산청군 농촌 전통 테마마을인 남사예담촌에서 열린 지역당원과의 간담회에서 “지금 사드 배치문제로 국론이 분열돼서는 안 된다. 경제는 먹고 사는 문제지만 국방은 죽고 사는 문제”라며 “경제는 중도적 스탠스로 전환해야 할 때지만 국방은 계속 보수 노선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역시 지난 5일 이 문제와 관련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 회의에 참석해 “시중에 떠도는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은 중국 지도부의 한반도 정책과 배치(반대)되는 이야기”라며 “지금 중국 지도부가 정경분리 원칙 하에 신중하게 움직일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국민들은 어느 쪽 의견을 더 지지할 것인가. 떠나는 남자를 잡을 것인가, 그냥 놔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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