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앞으로 사드 반대자들은 북한에 동조하는 ‘빨갱이’ 세력으로 치부될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정치권 일부에서 사드 배치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는 이런 북한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하는 황당한 주장을 공개적으로 한다”고 작심한 듯 비판했다.
또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이 중국 입장에 동조하면서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의견 교환을 한다면서 중국을 방문한다”고 지적하고 “아무리 국내 정치적으로 정부에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문제는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 책무”라고 했다.
대통령 발언과 함께 8일 오후에는 한술 더 뜬 또 다른 사드 ‘색깔론’이 고개를 들었다.
가수 현아의 ‘빨개요’ 티저 장면 |
가수 현아의 ‘빨개요’ 티저 장면 |
북한 수뇌부가 주한미군 사드배치 문제를 둘러싼 미중, 한중간 갈등 구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드 비난 선전전 지침을 해외공관에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
그러나 이에 대해 정보당국조차 “일단 그런 기사를 접하고 확인 중”이라며 “그런 동향이 있을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수준으로 대응했다.
해당 보도에서 정보당국이 온라인 상의 일부 사드 반대 게시물 출처가 북한이 사용하는 IP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경로 추적에 들어갔다는 내용에 대해 정부 측 관계자는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부인했다.
북한이 실제로 사드 갈등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전전 지침을 해외공관에 하달했는지 여부 역시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전혀 확인되지 않는 부분”이라며 “지금 정부 차원에서 이야기할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이 보도는 출처가 파악되지 않는 기묘한 형태를 띄고 있지만 오전 대통령 발언과 함께 ‘사드 반대=북한 동조’ 프레임을 강화하고 있는 것임에는 틀림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프레임은 곧 북한이 사드 갈등을 이용해 한중 갈등과 남남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만큼, 남한에서 사드를 반대하며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북한에 동조하는 행위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앞서 대통령이 언급한 ‘사드 반대=북한 동조’ 프레임의 강화된 또 다른 버전인 셈이다.
만약 이런 프레임이 넓게 확산될 경우, 사드 반대자는 북한에 동조한 것으로 간주돼 최악의 경우 국가보안법에 따른 처벌을 받을 수도 있을 거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성주 군민들의 강력한 사드 결사반대, 중국의 반복된 사드 철회 요청에 안팎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정부가 공안 정국을 탈출구로 삼는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부분이다.
과거에 정부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북한과의 특수한 상황 등을 강조하며 북한에 동조하는 ‘빨갱이’ 등으로 몰아 다스려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현 시점에서 그런 과거는 당시 정권이 이뤄낸 업적에 대비해 어두운 치부로 여겨지고 있다.
훗날 그런 공안정국의 희생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재심을 청구해 결백하다는 판결을 받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았다. 지금 다시 정부가 신공안정국을 조성해 과거의 행태를 되풀이한다면, 역사는 또 반복되지 않을까.
사방이 꽉 막힌 사드 정국의 돌파구는 어디서 올 것인가. 국정 최고지도자의 지혜와 안목이 가장 요구되는 순간이다.
뇌쇄적인 인기 여가수 현아의 노래 '빨개요'나 '어때?'는 엔터테이터적 입장에서 충분히 시대를 강타하는 인기 아이템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치 아이템으로서는 위험한 면이 더 많아 보인다.
soohan@heraldcorp.com
가수 현아의 ‘어때?’ 티저 장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