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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 北무수단 발사, 미치기는 커녕 너무 이성적?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북한이 한국과 미국 정부의 발언이나 조치가 나오면 이에 반발하는 형식으로 미사일을 쏴 국제사회의 비난을 최소화하고, 이런 기회를 활용해 미사일 성능을 개선시키고 있는 정황이 일부 드러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이 20일 오전 7시께 무수단 미사일을 기습 발사했다가 또 실패했다. 북한은 5일 전인 15일에도 무수단 1발을 발사했다가 실패했다.

5일 사이에 일어난 북한의 무수단 ‘도발’에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바로 미국이나 한국 측의 군사적 조치가 먼저 나오고, 이에 대한 반발 성격으로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15일 북한의 무수단 발사는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12일(현지시간)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핵 공격을 수행할 향상된 능력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러고 나면 바로 죽는다”고 말한 이후 이뤄졌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러셀 차관보 발언에 반발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8월 24일 실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북한 외무성도 이런 분위기에 가세해 무수단 발사 당일인 15일 성명을 내고 러셀 차관보 발언에 대해 “우리에 대한 최고의 도전이며 우리에게 한 선전포고를 실행에 옮기는 적대 행위”라며 이른바 강도 높은 ‘입싸움’을 전개했다.

이는 다른 시각으로 보면 전형적인 북한의 성동격서형 도발 방식을 연상시킨다. 진짜 목적은 따로 있는데 겉보기에 다른 포인트를 강조해 본 의도를 숨기려 하는 모습이 연상되는 것이다.

북한이 외관상 러셀 차관보를 강한 어조로 비난했지만, 그걸 통해 가리고자 한 바가 있을 수 있다. 북한이 러셀 차관보를 비난함으로써 얻은 게 무엇인지 살펴보면 북한의 본 목적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북한은 러셀 차관보를 비난하면서 북한의 무수단 발사는 국제사회를 향한 도발이 아니라 러셀의 도발에 대응한 반발 차원이었음을 은연 중에 강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이런 방식으로 탄도미사일 발사 기회를 한 번 더 얻은 셈이 됐다.

북한은 현재 미사일 능력 개선에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무수단 미사일 능력의 정상화를 이뤄내 한국과 미국, 일본 등과의 기세 싸움을 역전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중장거리 미사일의 경우 성능 개선 및 안정화를 위해서는 시험발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한 번 쏠 때마다 국제적 비난이 고조되기 때문에 소중한 발사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북한은 20일에도 무수단 시험발사를 감행할 수 있는 기회를 또 얻었다.

이날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를 위한 협의체(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신설이 합의됐다.

핵무기를 정권 생존의 마지막 수단으로 삼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북한 핵을 무력화할 수 있는 한미간의 확장억제 강화 조치 발표에 강하게 반발할 기회를 얻은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2 회의는 미국 현지시간으로 19일 오후 1시30분(한국시간 20일 오전 2시30분)부터 약 2시간 가량 열렸다. 오전 4시 30분경 회의가 종료되자 그로부터 약 2시간 반만인 7시께 북한은 또 무수단 발사를 감행했다.

북한은 이번에도 한미간 EDSCG 출범을 빌미로 반발할 틈을 잡아냈고, 결과적으로 무수단 시험발사의 기회를 또 한 번 얻었다.

2번의 무수단 발사를 통해 겉으로는 북한이 감정적으로 상당히 고조된 반응을 보인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의 속내가 오로지 무수단 기술 개선에만 있었다면 러셀과 2+2를 활용한 북한의 2차례 무수단 발사는 무서우리만치 냉정하고 치밀한 계획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행태에 대해 상당히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무수단 시험발사 기회를 확보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북한이 보여준 행태는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이라기보다는 그 반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북한이 정말로 무수단 능력 개선을 위해 한국이나 미국의 어떤 발언이나 조치에 반발하는 액션을 취하며 기회를 확보했다면 ‘합리적인 선택’에 가깝다고 평가될 것이다.

이미 북한의 행태에 대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의 행태에 대해 ‘지극히 이성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지난달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틀 후인 11일 NYT는 ‘북한, 미치기는커녕 너무나 이성적(North Korea, Far From Crazy, Is All Too Rational)’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김정은은 약소국가의 지도자의 입장에서는 다분히 매우 합리적, 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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