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기 신임 합참의장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연병장에서 열린 제41대 합참의장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文정부 1기 송영무 장관-정경두 합참의장 개혁적 성향 보여…국방개혁 2.0 등 마련
-文정부 2기 정경두 장관-박한기 합참의장 보수적 성향 전환…NLL, 연합훈련 여지남겨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문재인 정부 2기 군 수뇌부가 ‘우클릭’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군 수뇌부 핵심은 현직 군인의 최고위직인 합참의장,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민간인 국방부 장관의 쌍두마차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처음 임명한 전 해군참모총장 출신 송영무 국방부 전 장관, 전 공군참모총장 출신 정경두 합참의장이 문재인 정부 1기 군 수뇌부다.
송영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취임 후 1년 넘게 국방개혁 2.0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기존 군의 질서를 재편하는 임무를 맡았다.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성향을 보였다.
송영무 전 장관 재임 시절 정경두 전 합참의장은 딱히 두드러지는 모습은 없었지만, 송 전 장관의 개혁 드라이브를 조용하게 지원하는 역할로 군의 무게감을 더했다. 1기 군 수뇌부 시절 남북정상회담이 세 차례나 이어지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급변했지만, 정 전 합참의장을 중심으로 한 현역 군 조직은 여차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남북 협상의 든든한 받침목 역할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9월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평양정상회담) 직후 군 수뇌부를 교체했다.
송영무 전 장관이 퇴임하고 새 장관에는 정경두 전 합참의장이 임명됐다. 새 합참의장에는 육군 제2작전사령관 출신 박한기 육군대장이 임명됐다.
두 사람 취임 뒤 군은 우클릭하며 보수층을 끌어안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박한기 신임 합참의장은 취임 직후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해묵은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박한기 신임 합참의장 보직신고를 받으면서 북한이 서해 NLL을 인정했음을 강조했다.
▶박한기 신임 합참의장 체제, 해묵은 서해 NLL 논란에 불붙여=하지만 박한기 신임 합참의장은 같은 날 몇 시간 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NLL을 인정하지 않고 북측이 임의로 설정한 ‘경비계선’을 강조하고 있다고 보고해 파문을 일으켰다.
북측 함정들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군사합의서를 체결한 이후에도 남측 함정에 경비계선의 준수를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이를 놓고 북측이 서해 NLL을 인정하지 않다고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북간 논의가 진행 중인 사안을 섣불리 언급해 논란을 키웠다는 비판이 일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판문점부터 이번 (평양정상회담)까지 정상회담에서 일관되게 NLL을 인정하면서 NLL을 중심으로 평화수역을 설정하고 공동어로구역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면서 “북한이 NLL을 인정하겠다고 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고, 그 분쟁 수역이었던 NLL을 이제는 정말 명실상부하게 평화수역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한 대전환”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NLL을 인정한 것은 상당한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신임 합참의장 휘하 합참이 대통령과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합참은 논란이 커지자 ‘북한이 정상회담에서 NLL을 인정했다’는 취지의 입장자료를 내며 논란 수습에 나섰다.
이어 이날 국정감사에서 논란을 일으킨 발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합참은 “‘4.27 판문점 선언’에서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기로 합의했고, ‘9.19 군사합의서’에서도 이를 재확인한 바 있다. 이는 양 정상 간 NLL을 인정한 것”이라면서 “(북측의 경비계선 침범 주장은) 지난 7월 이후 서해상 최전선 지역 함선간의 통신과 관련한 사례를 설명한 것으로 군사합의서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정경두 국방장관 체제, 한미연합훈련 유예 “미정”이라며 여지 남겨=정경두 국방부 장관 역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전에는 볼 수 없던 대북 견제 기조를 보여 그 저의가 주목된다.
한국과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1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에서 만나 12월 예정된 한미 공군 대규모 연합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의 유예(일시 연기)를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미국 국방부 데이나 화이트 대변인은 워싱턴 현지시간으로 19일 성명을 내고 “정경두 국방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북한 문제에 모든 외교적 과정을 지속할 기회를 주도록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시행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국방부는 “‘비질런트 에이스’의 유예 가능성은 크다”면서도 “하지만 이 훈련의 유예 여부는 이달 중 있을 한미군사위원회 본회의(MCM)와 한미안보협의회의(SCM)을 거치면서 최종 결정될 것”이라며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MCM은 한미 합참의장이 참여하며, SCM은 한미 국방장관이 참여하는 회의다.
미국이 유예가 결정됐다고 밝힌 사안을 우리 정부가 오히려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선을 그은 것이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 등 남북 정상간 대화 초기에는 한국이 대화 분위기를 주도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미국이 대화 분위기를 주도하고 한국 군 당국은 대화를 경계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이고 있는 모양새다.
또한 우리 정부는 ‘비질런트 에이스가 연기되더라도 한국 공군의 단독훈련은 계획대로 실시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강조했다. 남북 대화국면과 잘 어울리지 않는 강경 기조를 한국 국방부가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특히 한미 공군의 대규모 연합훈련에 대해 엄청난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비질런트 에이스는 2015년 이후 매년 12월 열리고 있는 한미 공군의 대규모 연합훈련으로 유사시 북한을 겨냥한 작전 시뮬레이션이 펼쳐진다.
지난해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에는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미 공군 스텔스 전투기 F-22와 F-35가 동시에 참여해 북한을 경악시킨 바 있다.
앞서 지난 4.27 판문점 정상회담 뒤 예정돼 있던 한미 공군 대규모 연합훈련인 ‘맥스썬더’가 예정대로 열렸을 때도 북한은 큰 불만을 표출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남북 정상회담에서 상호 적대행위를 중단한다’고 합의해 상식 선에서 훈련이 유예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는 별다른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군사대비태세 유지를 위한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며 “SCM에서 최종 결정되니 그때까지 기달려달라”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