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군, KADIZ 침범 때마다 전투기 출격에 3000만원 허비
-한일간 KADIZ 진입 때 사전통보 의무화..전투기 출격안해
-한중간 KADIZ 진입 관련 사전통보 합의 없어..향후 계속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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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군의 공격 훈련 장면 [사진=공군]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중국 정찰기 1대가 27일 또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한 가운데 이를 좌시하는 군 당국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오전 10시 21분께 중국 국적의 군용기 1대가 제주도 서북방에서 KADIZ로 최초 진입해 10시 51분께 이어도 동방으로 이탈했다”며 “이후 일본 방공식별구역인 JADIZ 내측으로 비행하다, 11시 54분께 포항 동남방 약 66km에서 KADIZ를 재진입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북쪽으로 기수를 돌린 중국 군용기는 강릉 동방 약 85km까지 이동한 뒤12시 27분께 남쪽으로 선회해 진입한 경로를 따라 오후 3시께 KADIZ를 최종 이탈했다”고 전했다.
합참은 “우리 군은 제주도 서북방 지역에서 미상의 항적을 포착한 때부터 공군 전투기를 긴급 투입해 추적 및 감시비행과 경고방송 등 정상적 전술조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 군용기가 KADIZ에 진입했지만 대한민국 영공 침범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군 당국은 애써 중국 군용기의 KADIZ 침범 사건에 의미를 두려하지 않지만, 자존심 손상이 불가피하다.
KADIZ가 우리 군이 수호해야 할 영공 범위에 들어가진 않지만, 외국의 항공기가 KADIZ에 진입하려면 사전에 우리 군 당국에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 항공기는 올해 6회 이상 KADIZ를 침범하면서 한 번도 우리 군 당국에 사전 통보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군용기가 매번 KADIZ를 침범할 때 우리 군 전투기가 출격해 경고 방송을 하지만, 중국 군용기는 귓등으로 흘려버린 셈.
결국 이번에도 중국 군용기는 우리 서해, 남해, 동해를 마음 먹고 휘저었다. 이날은 오전 10시 21분부터 12시 27분까지 약 2시간 동안 KADIZ를 안방처럼 종횡무진했다.
▶거듭 경고에도.. 중국 군용기 또 KADIZ 침범=군 당국은 중국 군용기가 KADIZ를 침범할 때마다 “KADIZ는 영공이 아니다”면서 자위하고 있다.
합참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중국 군용기의 이번 KADIZ 진입 간 대한민국 영공침범은 없었음”이라며 “방공식별구역(ADIZ)은 영공과는 다른 개념”이라는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합참은 ADIZ의 개념에 대해 “미식별 항적을 조기 식별하여 영공 침범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별 임의적으로 설정한 구역으로서 KADIZ 진입이 영공 침범은 아님. 이어도 주변은 한국과 일본,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되는 구역임”이라고 강조했다.
합참은 또한 매번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중국 군용기의 KADIZ 침범에 정상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합참은 이날 메시지 말미에 “우리 군은 제주도 서북방 지역에서 미상 항적 포착 시 부터 공군 전투기를 긴급 투입하여 추적 및 감시비행과 경고방송 등 정상적인 전술조치를 실시하였음”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별 일 아닌 것처럼 얘기하다가 ‘그래도 우린 심각하게 대응했다’는 투다.
그러나 올해 계속되는 중국의 KADIZ 침범을 쉽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 2013년 우리의 이어도와 다오위다오를 포함하는 새로운 CADIZ를 선포했다. 대한민국도 이에 대응해 이어도를 포함하는 새로운 KADIZ를 선포해 한중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계속된 KADIZ 침범은 한국이 새로 선포한 KADIZ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다는 제스처로 풀이된다.
게다가 중국 군용기가 KADIZ를 침범할 때마다 우리 공군 전투기가 출격하는 비용이 3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중로 의원이 국방부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가 KADIZ를 침범할 때마다 공군 전투기가 출격하는데 300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과는 KADIZ 침범 사전통보 합의 없어…KADIZ 무시작전?=합참은 중국 군용기가 KADIZ를 침범할 때마다 “우리 전투기를 긴급 투입해 추적 및 감시비행과 경고방송 등 정상 전술조치를 실시했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그러나 그 비용이 매번 3000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전투기 출격 때 1대당 부품비와 유류비 등 약 300만원이 소요된다. 중국 군용기가 몇 시간 동안 KADIZ를 넘나들면 공군 전투기 10대가 출격해야 해 비용은 수천만원으로 치솟는다.
중국 군용기의 KADIZ 침범 횟수가 6~7회로 늘어나면 우리 군이 부담할 비용은 쉽게 1억원을 넘어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와 중국 정부의 별도 합의가 절실한 상황이다. 일본과는 KADIZ 침범 관련 합의가 있어 논란이 증폭되지는 않고 있다.
국방부는 2012년 일본과 ‘대한민국 군용기와 일본 자위대 항공기 간 우발사고 방지와 전용통신회선 운영에 관한 서한’을 교환해 일본 군용기가 KADIZ에 진입하기 30분 전 사전 통보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일본 군용기가 사전 통보 후 KADIZ로 들어오면 우리 군은 전투기를 따로 출격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과는 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중국이 사전 통보 없이 계속 KADIZ를 침범하는 이유다.
국방부는 2008년 중국과 ‘대한민국 국방부 및 중화인민공화국 국방부간 양국의 해공군간 직통전화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했으나, KADIZ 진입 전 사전통보 관련 내용은 담지 못했다.
이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KADIZ와 CADIZ에 대한 상호 인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은 KADIZ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앞으로도 중국의 KADIZ 침범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중로 의원은 “일본과 교환한 협의 서한을 중국과도 추진해야 우리 군 자산과 전력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