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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중국과 외교·안보 측면에서 껄끄러운 관계 탓에 경제 분야 투자협력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는 서구 국가와 기업들에게 한국 기업들이 선례가 되고 있다고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매체는 미국 기업들이 대중 관세를 피해 중국을 떠나려고 하고 있지만 한국기업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해왔던 일이라고 전했다.
2017년 사드 갈등은 그 기폭제였다. SCMP는 롯데가 사드 용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의 광범위한 불매 운동의 표적이 됐으며, 중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 중국 정부가 지난 4월 롯데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랴오닝성 선양시에 26억 달러 규모의 개발 사업을 재개하도록 허락했지만 롯데는 중국의 정치적 위험 가능성 탓에 사업 재개를 하지 않고 해당 단지를 매각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는 2014년 국내 중견 건설사인 안성주택산업이 중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소송(ISD)를 처음 제기한 뒤 한국 기업들은 적대적으로 변한 중국 사업 환경을 직면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중국 장쑤성에 2006년 27홀 골프장을 짓기로 투자계약을 맺었지만 필요한 토지를 모두 제공받지도 못했을 뿐더러 중국 건설회사가 무허가 골프장을 짓는 것을 방치했단 이유로 2011년 모든 사업을 중국 회사에 넘기고 철수해야 했다.
줄아앙 체스 홍콩대 교수는 “한국의 사례가 독특하긴 하지만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다른 많은 외국 기업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SCMP는 삼성전자가 중국이 아닌 베트남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도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 5월 선전 생산라인을 폐쇄했으며 12월 톈진 공장도 문을 닫았다. 대신 삼성전자는 2008년 베트남이 첫 공장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에 앞장 섰다. 이에 따라 베트남 투자는 지난해 상반기 19억7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중국 투자액(16억 달러)를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아르고 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 제이슨 라이트는 “삼성은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에 반도체칩을 공급하고 있어 부정적으로 중국을 빠져나갈 경우 사업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출구전략을 신중하게 관리하고 있다”면서 자발적 은퇴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공장 폐쇄에 따른 후폭풍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SCMP에 설명했다.
체스 교수는 “중국을 떠나는 한국 회사들은 지금처럼 상당한 압박이 없었기 때문에 조금 더 쉬웠다”면서 “현재 무역전쟁 관세를 피하려는 기업들은 삼성과 롯데 같은 한국 기업이 누린 사치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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