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파적·재선용 ‘쇼’에 대규모 군사 동원·세금 낭비 논란
민주주의 혁명 기념 행사에 ‘트럼프 연설’ 자격 논란도
4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내셔널 몰 링컨기념관 앞에서 진행된 243번째 미국 독립기념일 주 행사 ‘미국에 대한 경례’에서 에어쇼가 펼쳐지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국에 대한 경례’가 아닌 ‘트럼프 본인에 대한 경례’다”(워싱턴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진행한 독립기념일 행사 ‘미국에 대한 경례(Salute to America)’가 대통령의 재선용 이벤트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국가적 기념일이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됐다는 비판과 함께 국민 혈세가 무분별하게 낭비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생일대의 쇼’를 공언한 이날 행사에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와 함께 탱크와 전투기가 등장했다. 연설 후에는 대형 불꽃놀이까지 펼쳐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바스티유 데이(프랑스 혁명 기념일) 행사 참석 후 대규모 열병식을 구상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외신은 미국의 최신 군비까지 등장시킨 이날 행사가 역사를 기념하기 위한 프랑스의 행사보다 과시용 퍼레이드로 점철된 중국과 북한식 행사와 가깝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의 행사를 중국과 북한이 패러디한 소련식 군사 퍼레이드와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것은 미국의 민주 역사를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가치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미국’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야권과 전문가들은 대통령만을 위한 재선 행사로 왜곡된 국가적 기념일에 대규모 병력과 국민 혈세가 투입된 것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이번 독립기념일 행사에는 국립공원관리청 예산 250만 달러(약 29억 원)가 투입됐다. 이 예산은 당초 국립 공원 개선을 위해 활용될 예정이었다. 에어쇼와 무기 운송 등에 소요된 비용도 최대 9200만 달러(약 1076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4일(현지시간) 워싱턴 링컨 기념관 앞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축하행사가 끝난 후 미국 해군 블루엔젤스가 워싱턴 기념비 옆을 날고 있다. [AP] |
민주당은 대통령이 ‘비당파적이고 비정치적인’ 기념행사를 “공적비용을 들여 당파적인 캠페인을 보여주는 데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군용 탱크가 굴러가는 장면을 통해 자신을 미화시키기 위한 용도로 공원 관리를 위한 예산을 빼돌렸다”고 지적했다. 엘리엇 엥겔 민주당 하원 외교위원장은 “국민 세금으로 정치운동을 하고 있다”면서 이 행사에 투입된 모든 비용에 대한 회계자료를 요구했다.
버지니아대 밀러센터의 역사학자 러셀 레일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출정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깜짝 ‘판문점 회동’에 이어 독립기념일 행사도 단지 ‘쇼’를 위해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쇼 맨(show man)으로, 탱크와 전투기를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거의 어린 아이와 같은 기쁨을 느끼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 혁명과 함께 양 대 민주주의 혁명으로 기록되고 있는 ‘미국 독립 혁명’ 기념행사에 등장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민주주의 유산에 대해 말할 능력이 없다는 것은 매우 분명하다”면서 “군국주의적 축제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권위주의 정권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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