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 선거 유세에 나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일(현지시간) 도쿄 인근 후나바시 거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 선거를 앞두고 '한국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번에는 자국 내 소송을 선거에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9일 아베 총리는 국가가 패소한 '한센병 전(前)환자 가족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항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모든 한센병 환자를 가족들로부터 격리하는 정책을 1931년부터 1990년대까지 실시했는데, 구마모토(熊本)지방법원은 과거 환자 가족들이 이 정책으로 편견과 차별에 따른 피해를 봤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달 28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아베 총리는 "가족들의 고생을 더 길어지게 하지 않겠다"고 이유를 밝혔지만, 항소 포기 판단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가족이 격리 대상이 아니었고 배상청구권도 시효 만료로 소멸됐다'고 법정에서 주장했었다. 이런 까닭에 아사히신문은 1면 머리기사로 일본 정부가 항소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가 이날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이처럼 항소 포기가 예상 밖이었던데다 발표 시점이 참의원 선거운동 기간인 까닭에 '노골적인 선거 이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평론가 모리타 미노루 씨는 교도통신에 "선거 승리를 위한 판단으로 받아들여져도 어쩔 수 없다. 국가의 지도자는 품격과 예절을 중시해서 행동해야 한다"며 "노골적인 선거용 행동은 정치를 혼란스럽게 뿐"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야권은 자칫 항소 포기에 반대한다는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줄까 봐 아베 총리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피하면서도 불편한 심사를 드러내고 있다.
야당인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대표는 정부의 판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아베 총리가 전 환자들과 가족들과 만나 직접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항소 포기를 발표하면서도 사죄의 표현을 하지는 않았는데, 이런 사실을 지적하며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공산당의 이치다 다다요시(市田忠義) 부위원장은 "(아베 총리가) 항소가 선거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여론이 그런 판단을 하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전이 시작된 지난 4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까다롭게 하는 규제 강화책을 시행했다.
이는 '한국 때리기'를 통해 참의원 선거에서 보수층의 표를 끌어모으기 위한 노림수가 있다는 의심을 짙게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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