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르 “백인 국수주의자 의제”…민주, 트럼프 규탄 결의안 추진
공화 내부에서도 “인종차별적” 비판 목소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민주당 유색인종 여성 하원의원 4인방에 대한 공격을 퍼부으며 ‘인종차별’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인종 및 이민자 문제를 쟁점으로 부각시켜 백인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재선 카드로 이용하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이에 표적이 된 의원 4인방은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대통령 규탄 결의안 준비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인종차별 발언에 해외 정치인들까지 비판에 가세한 가운데,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산 제품 전시회’ 연설에서 “그들(여성 의원 4인방)이 하는 일이라곤 불평뿐이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은, 그들이 떠나고 싶으면 떠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들은 우리나라를 증오한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발언이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에 우려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려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내게 동의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펠로시 하원의장이 (내가) 미국을 다시 하얗게 만든다고 하는데 아주 인종차별적 발언”이라고 되레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도 “급진적 좌파 여성 하원의원들은 언제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인, 그리고 대통령실에 사과하려는가, 그들이 사용한 더러운 언어와 끔찍한 말들에 대해서 말이다”라는 적반하장격 트윗을 올렸다.
미국 민주당의 아이아나 프레슬리(왼쪽부터),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일한 오마르, 라시다 틀라입 하원의원이 15일(현지시간) 국회의사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로이터] |
아이아나 프레슬리, 라시다 틀라입, 일한 오마르,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 등 4인방은 이날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마르 의원은 “이것(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백인 국수주의자들의 의제”라며 “우리를 서로 싸움붙이게 하려는 그의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프레슬리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나와 다른 유색 여성 의원들을 공격하고 있다”면서 “미국 국민들, 우리 모두가 미끼를 물지 않기를 바란다. 이는 국민들에 대한 돌봄, 관심, 중대한 문제들로부터 분열시키려는 방해”라고 지적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하원 표결에 부치겠다며 공화당 의원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논란이 번지자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화당 하원의원 중 유일한 흑인인 윌 허드는 CNN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트윗은 인종차별적”이라고 말했다. CNN은 이날 오후까지 16명의 공화당 상·하원 의원이 비판적 입장을 표했다고 전했다.
프레드 업튼 하원의원은 미시간 라디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정말로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정책에 집중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고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정책 수위도 높이며 계속 강수를 두는 모양새다.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 국경을 넘는 이민자들의 유입을 제한하기 위해 미국에 오기 전 다른 국가에 먼저 망명을 신청하도록 하는 새 규제를 이날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정책은 미국이 견지해온 ‘멜팅팟(Melting Pot·용광로)’ 원칙을 뒤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세대를 걸쳐 자랑스럽게 여겨온 멜팅팟 원칙에 직접적으로 반하며 운영되는 미국을 창조하고 싶은 것”이라며 “그의 발언은 인종차별적일 뿐만 아니라 반(反)미국적”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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