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은 정계개편 추진 전망
‘한국보복’ 日에 부메랑 우려도
[로이터] |
21일 실시된 제 25회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승리하면서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 정치권에서 적수가 없음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날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등 집권 여당은 71석을 얻었다. 기존에 확보한 70석을 더하면 모두 141석이다.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 의원 임기는 6년으로, 3년마다 절반이 바뀐다. ‘선거 대상 의석(124석)의 과반’, ‘전체 참의원 의석(245석) 중 과반 확보’를 승패 기준으로 제시했던 자민당으로선 승리를 선언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결과다.
이로써 지난 2006년 최연소 총리(만 52세) 타이틀을 얻은 아베 총리는 무난히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오는 8월까지 총리직을 유지하면 전후 최장수, 11월까지 이어가면 헌정 사상 최장수가 된다.
자민당이 집권 여당인 만큼 자민당 총재가 곧 일본 총리다. 아베 총리가 확보한 자민당 총재 임기는 오는 2021년 9월까지다. 자민당 총재 임기 규정이 지난 2017년 ‘2연임 6년’에서 ‘3연임 9년’으로 수정된데 따른 것이다.
여권은 물론 야권에도 사실상 적수가 없다보니 벌써부터 4연임 이야기까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자민당의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은 개표방송에서 “이번 선거에서 4선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수준의 지지를 얻었다”며 “(아베 총리가) 그 정도의 활약을 하고 있다.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지난 3월에도 4연임 필요성을 제기했다. 당시 아베 총리는 이를 부정했지만 그가 정치 인생을 걸다시피한 개헌을 추진하기 위해 4연임에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과반을 확보했지만 일본 유신회 같은 극우정당까지 포함한 개헌 세력이 얻은 의석은 모두 160석에 그쳐 참의원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164석(전체 의석의 3분의 2)은 확보하지 못했다. 이번 선거 결과 앞으로 3년 간은 일본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는 일단 적극적인 정계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참의원 선거 직후 “내 임기 중 어떻게든 실현하고 싶다”며 개헌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가장 먼저 아베 총리는 무소속 의원들에게 손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무소속은 10석을 가져갔다. 아베 총리는 21일 밤 “다른 당과 무소속 의원들과도 (헌법 개정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가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2야당인 국민민주당과 연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민주당은 개헌 자체에 부정적이진 않다. 국민민주당은 과거 민주당 정권에 뿌리를 뒀지만 반(反)아베·반(反)정권 색체가 강한 입헌민주당과 달리 보수적 성향이 짙다.
하지만 강도 높은 정계 개편이 여의치 않거나, 남은 임기 동안 지지율이 하락해 개헌 추진 동력이 떨어질 경우 최후의 카드로 4연임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한국에 보복조치를 단행하는 ‘한국 때리기’로 이슈몰이에 나서 공적연금 보장성 문제, 소비세 인상에 따른 경기 악화 우려 같은 내부 문제를 일단 덮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 보복이 오히려 일본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일본 내부의 문제도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은 만큼 언제든 국정운영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