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주민 반발 ‘#우리가 볼티모어’…현지 언론 “쥐 몇마리 갖는 게 쥐 되는 것보다 나아”
WP “분열적 호소 통해 정치적 이득 찾아”…AP “재선 운동 중심에 인종적 적대감 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흑인 중진 엘리자 커밍스(메릴랜드)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장과 흑인이 다수인 그의 지역구 볼티모어를 공격하고 나섰다. 유색인종 여성 의원 4인방 공격에 이어 ‘인종차별’ 발언을 계속하면서 백인 지지층의 표심을 얻으려는 재선용 카드로 분석된다.
이에 볼티모어 주민들의 반발이 확산되는 가운데 현지 언론들도 혹평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사실은 말보다 훨씬 힘이 있다! 민주당은 늘 ‘인종 카드’를 꺼내드는데 우리나라의 위대한 흑인들을 위해 하는 건 사실 거의 없다”면서 “커밍스는 크게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도 커밍스를 가리켜 ‘잔인한 불량배’라면서 “커밍스의 볼티모어 지역은 국경보다 더 나쁘고 위험하다. 역겹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다. 누구도 살고 싶어하지 않는 미국 최악의 지역”이라고 공격을 퍼부었다.
커밍스 위원장은 1996년부터 고향인 메릴랜드 볼티모어의 절반 이상이 포함된 지역구의 하원의원으로 일해왔다. 지역구 유권자는 흑인이 약 60%, 백인이 약 35%다.
민주당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인종차별적 공격”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커밍스 의원은 “나는 내 지역구의 집으로 매일 간다”며 “행정부 감독은 내 헌법적 의무다. 그러나 내 유권자들을 위해 싸우는 것은 내 도덕적 의무다”라고 응수했다.
크리스 반 홀렌 메릴랜드 상원의원도 “이는 우리가 대통령으로 두고 있는 인종차별적 불량배의 (몹쓸짓 중) 한 예”라고 지적했다.
볼티모어 주민들은 소셜미디어에 ‘우리가 볼티모어(#WeAreBaltimore)’란 해시태그와 함께 트럼프 비판 글을 올리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말리크 압둘라(26) 씨는 “모두 쥐가 있다. 뉴욕도 쥐가 있다”고 꼬집었다.
현지 언론 볼티모어 선은 “쥐를 몇 마리 갖는 것이 쥐가 되는 것보다 낫다”고 논평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볼티모어 지역의 아파트를 많이 소유하고 있다”면서 “그 중 일부는 쥐로 들끓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인종차별 발언은 내년 재선을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WP는 “트럼프 캠프가 백인 노동자 유권자에게 분열적 호소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찾고 있다”고 평했다.
AP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재선 운동의 중심에 인종적 적대감을 뒀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며 “선동적 언사가 백인 노동자 지지를 강화하고 문화적 변화를 두려워하는 새로운 유권자들을 끌어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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