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12억원 가량의 예산을 들여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과 함께 운영하는 장기요양 이동지원 서비스인 ‘돌봄택시’가 지난 27일로 시범운영 두 달을 맞았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복지와 이동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와 택시 산업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시작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용률은 전체 대상자중 1%대에 그쳐 오히려 예산만 낭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데다 노인을 상대로 하는 사업인데도 접근성이 좋지 않아 실질적 이용에 불편을 느낀다는 호소도 있다.
‘모두타는 돌봄택시’는 서울 전역에서 거동이 불편한 1~4등급 재가요양급여를 받는 노인들의 이동을 돕고 있다. 차량 뒷부분엔 휠체어나 스쿠터가 들어갈 수 있도록 경사로와 전용 자리, 안전을 위해 이용자를 고정시킬 수 있는 장치 등이 마련돼 있다. 장애인이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돌봄택시를 운전하는 운수종사자에게는 관련 교육도 진행된다. 이같은 돌봄 택시가 서울 전역에 총 50대가 운영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돌봄택시를 올 연말까지 시범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노인들과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돌봄택시가 운영되고 있지만 시범운영 기간 실적은 그리 좋지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서울시에 거주하는 1~4등급 장기요양 재가급여 이용자는 6만7000여명이다. 하지만 이중 돌봄택시를 이용한 인원은 지난 14일 기준 951명으로 1.4% 수준에 불과하다.
홍보 부족이 이용률이 낮은 원인 중 하나로 꼽히지만 비용문제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돌봄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매달 5만원씩을 지원하고 있지만, 돌봄택시에 추가적으로 더 붙는 서비스 이용료 5000원 때문에 정부지원금은 이용자들에게 사실상의 경제적 혜택으로 돌아오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2주에 한번 병원을 이용한다는 가정하에 예산을 책정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각자의 건강상태와 거주 형태가 다른 노인들에게 일괄적으로 같은 금액을 책정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용자들은 일주일에 두 번만 병원에 가도 결과적으로 돌봄택시 이용 자체에 금전적 지원이 없어진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복잡한 서비스도 문제로 꼽힌다. 기자가 실제로 돌봄 택시를 타본 결과, 택시에 카드 잔액이 표시되는 장치가 없어 매번 택시를 이용할 때마다 영수증을 받아 보관해야하는 하는 점이 번거롭게 느껴졌다. 보호자가 있으면 그나마 낫지만 노인 혼자서는 이런 시스템을 이해하고 이용한다는 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예약도 어렵다. 전화 예약을 해야하지만 원하는 시간대를 예약하기 위해서는 여러차례 콜센터에 전화를 해야한다. 기자가 만난 황호대(77) 할아버지는 “예약이 너무 안된다. 오늘도 대여섯 번은 콜센터에 전화를 했다”면서 “9시 되냐고 물어보면 없다고 문자오고 다시 전화해서 8시반 되냐고 물어보면 없다고 또 문자 오고. 될 때까지 계속 전화를 해야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국가에서 대대적으로 하는 사업인데 한번 통화로 가능한 시간을 고르도록 해야지 지금은 너무 불편하다”고 강조했다.
택시를 이용하면서 중간 경유를 하지 못하는 것도 큰 불편함으로 꼽힌다. 이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경우 한 번 외출할 때 여러 가지 볼 일을 한번에 봐야하지만 돌봄택시는 경유나 왕복이 불가해 여러번 예약과 외출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이용자들은 지적한다. 돌봄택시 이용자 김경미 씨는 “어머니가 치매 치료 뿐 아니라 이비인후과와 내과도 가야하는데 한 번에 다 가지 못해서 힘들다. 보호자들이 여러 번 시간을 내는 것도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돌봄택시 시범운영 기간은 앞으로 넉 달 정도 남았다. 보건복지부와 택시조합은 남은 기간 동안 이용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자리를 만들어 돌봄택시 이용자들이 맞닥뜨리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꼭 필요한 돌봄택시가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 속에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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