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민족주의’ 전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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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잠무-카슈미르주의 헌법상 특별 지위를 박탈한 것을 놓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테러 위험 고조, 파키스탄과 갈등 격화 등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강행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8일(현지시간) 모디 총리는 40분간 진행된 대국민 연설에서 카슈미르 특별 자격 박탈을 ‘역사적 결정’이라며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러와 부패로 가득했던 지역이 더 깨끗해지고 안전해질 것이라고 모디 총리는 말했다.
앞서 인도 정부는 70여년 간 유지된 잠무-카슈미르주의 자치권을 지난 5일 취소했다. 이어 반정부 인사의 활동을 제한하고 민간 통신망을 폐쇄하는 등 사실상의 계엄령을 발동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현재까지 약 500명의 인사가 체포·구금됐다고 전했다. 최소 3명이 시위 도중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모디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누군가는 이 결정에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군 병력 증파 및 시위·소요 사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상황이 안정화되면 (멋진 고산 풍경이 있는) 이 지역으로 전세계 사람들이 영화를 찍으러 몰려올 것”이라며 밝은 내일을 강조했다.
모디 총리가 이처럼 강경하게 나올 수 있는데는 국내외 여건이 유리하단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 증가를 견제하기 위해 인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아직 이번 사안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총선의 압도적 지지율로 입증된 ‘힌두민족주의’도 큰 버팀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모디 총리의 이번 조치는 힌두민족주의의 오랜 요구를 이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디 총리와 대립해온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주 총리 같은 진보적인 정치인들도 이번 결정엔 지지 의사를 표했다고 NYT는 전했다.
카슈미르 지역은 오랜 분쟁 탓에 ‘남아시아의 화약고’고 꼽힌다. 카슈미르는 인도령, 파키스탄령(아자드-카슈미르), 중국 실효 지배 지역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지역 전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현재는 정전 통제선(LoC·Line of Control)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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