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영양제를 맞으러 온 산모에게 낙태 수술을 한 사고가 발생해 지역 산모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병원 측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산부인과협회 측은 수사결과가 나온 이후 징계를 검토키로 했다.
사고가 발생한 서울 강서구의 해당 산부인과측은 23일 방문한 기자에게 “모르는 일”이란 말만 반복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아는 내용이 없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인터넷 상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물었으나 “그 부분은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의사 개인 차원의 문제였냐고 묻자 “그렇게 내달라. 저희는 대답해 드릴 부분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해당 간호사의 근무 여부를 묻자 “정확히 누구를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전날 환자 신원을 착각해 동의 없이 낙태 수술을 한 산부인과 의사 A씨와 간호사 B씨를 업무상 과실치상 협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7일 베트남 출신 여성이 강서구의 한 산부인과에 영양제 주사를 맞기 위해 방문했지만, B씨가 낙태 수술 환자로 착각해 마취제를 주사한 후 A씨가 낙태 수술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강서지역 임신부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한 환자는 온라인 맘카페에 “내일 강서구에 있는 산부인과에서 분만 예정”이라며 “강서경찰서에 전화했지만 수사 중인 사항이라 병원명을 알려줄 수 없다고 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강서구에 있는 병원에 다녔다는 또 다른 환자는 “아침 뉴스를 보고 너무 놀랐다”며 해당 병원이 어딘지 묻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해당 병원이 ‘모르쇠’로 일관하자 불똥은 강서구 다른 산부인과로 튀었다. 강서구의 한 산부인과 관계자는 “해당 병원인지를 문의하는 전화가 여러통 왔었다”며 “TV뉴스 화면을 통해 아니란 걸 알고 나선 전화가 더 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서구에서 일어난 일이니 이해는 간다”고 덧붙였다.
의사협회 차원의 징계 절차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이충훈 대한산부인과협회 협회장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형사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윤리위원회가 정지돼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징계는 형사 절차가 더 중요하니 정확한 진상을 알고 난 후에 검토할 것”이라 전했다. 수술을 집도한 A씨는 사건 발생 후 해당 병원을 떠나 다른 대학 병원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현 기자/po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