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마리 살처분’ 농가 한숨만
“한강 이남 뚫렸다” 불안감 확산
“살처분 장면은 안보는 것이 나아”
24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추가로 발생해 방역당국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 |
“작년 3월에도 구제역 예비살처분으로 묻었는데…할 말이 없습니다.”
24일 오전 7시40분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이 확진된 경기도 김포 통진읍의 한 양돈농장 앞. 방역본부 직원들은 입구부터 모든 차량과 인원에 대한 출입을 통제했다. 출입금지 선 너머로 농장 안에서 검정색 방역복을 입은 농장 주인 A 씨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2000마리 넘게 살처분했다”며 “어제부터 밤을 새워 휴대폰 충전도 못해 배터리도 없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날 오후 7시40분께 통진읍 양돈농장의 ASF 확진 결과가 나오자마자 24일 0시께부터 살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꼬박 8시간 넘게 살처분 작업을 마치고 현장을 빠져나온 살처분 업체 직원들은 몹시 지쳐 보였다. 약 40명의 업체 직원들과 용역들은 소독차 앞에 일렬로 서서 서서 소독을 했다. 직원들의 몸에 묻은 ASF 바이러스가 외부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살처분에 투입됐던 직원들의 얼굴과 몸은 땀과 소독액으로 범벅이 됐다. 살처분업체 관계자는 “공간이 비좁아 돼지를 옮기는 것이 힘들어 진행속도가 더뎠다”며 “아직 70%도 진행이 안됐다. 오늘도 밤을 새워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발생농장으로부터 500m 이내 농장에서 사육되는 돼지를 살처분하도록 규정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SOP)’보다 살처분 범위를 확대해 3㎞ 내 농장에서 사육되는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고 있다. 긴급행동 지침에 따라 돼지를 모아 이산화탄소 가스를 이용해 안락사를 하고 매몰지로 이동시켜 매몰하는 과정을 거친다. 현장을 지키던 김포시 관계자는 “살처분이 쉬운 일이 아니다. 돼지 수천마리를 끌고 나오기까지도 힘들고 죽일 때도 몹시 괴롭다”며 “살처분 현장은 안보는 것이 낫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포시에 따르면 김포 농장은 모돈 180마리를 포함해 돼지 1800마리를 기른다. 김포 확진 농장의 반경 500m 내에는 이 농장을 포함해 3곳에서 돼지 2700마리를, 범위를 3㎞로 넓히면 총 8개 농장에서 약 3275마리를 사육 중이다.
인근 주민들은 파주에 이어 한강이남인 김포까지 ASF가 번지자 불안감을 드러냈다. 택시기사 김모 씨는 “작년 3월에도 구제역 때문에 이 지역 농장들이 고생했었다”면서 “구제역 피해도 겨우 회복했을텐데 돼지열병까지 터져 걱정이다. 작년에도 농식품부 장관이 오고 난리를 피웠는데 달라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24일 오전 8시께 경기도 파주에서도 4번째 ASF 추가 확진이 나왔다는 소식이 나오자 농장은 다시 술렁였다. 김포 농장 주인 A 씨는 다급한 목소리로 “지금 파주에서도 또 터졌대요”라고 반복해 말했다.
현재까지 ASF 감염경로는 오리무중이다. 추가 확진된 김포 농장은 물론 파주·연천 농장도 일주일 동안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인 발병 원인은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남은 음식물을 사료로 사용한 경우, 농장 관계자가 발병국을 다녀온 경우, 야생 멧돼지가 바이러스를 옮기는 경우 등이다. 그러나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들은 모두 이런 역학 가능성과 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포=정세희 기자/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