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안구건조증은 흔히 정상적인 노화의 과정에서 발생하기도 하며,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 사용이 급증하고 콘택트렌즈 착용, 안과 수술 등 여러 요인이 복합돼 환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86만명 선이었던 안구건조증 환자는 2013년 212만명에서 2015년 217만명, 2016년 225만명 선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안구건조증이란 눈물이 지나치게 많이 증발하거나 눈물 분비량의 부족 혹은 눈물 성분의 이상으로 인해 눈이 시리며 이물감과 건조함 같은 자극 증상을 느끼고, 심하면 안구가 손상되기도 하는 질환이다. 구체적인 증상으로 환자에 따라 △건조함 △따가움 △시력의 흐려짐 △빛에 민감해짐 △이물감 △과도한 눈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안구건조증 환자는 여름철 냉방기나 겨울철 난방기를 가동해 실내가 건조해지면 증상이 더 심해진다. 또 업무에 너무 집중해 눈 깜박임 횟수가 줄어들어도 증상이 나타나거나 악화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차흥원 교수 “겨울철에 많이 발생하는 안구건조증은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안구건조증으로 악화될 수 있고, 각막에 미세한 상처가 반복되거나 각막이 점점 뿌옇게 흐려지면서 심각한 각막 궤양에 이를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관리와 예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구건조증은 특히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견된다. 전체 환자의 68.3%가 여성이다. 삼성서울병원 정태영 교수는 “계절에 관계없이 안구건조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상당수가 중년여성”이라며, “여성들은 중년에 접어들면서 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생겨 안구건조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국 폐경학회에 따르면 폐경 여성 10명 중 6명이 안구건조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폐경 여성들이 안구건조증을 많이 앓는 이유는 눈물샘과 안구 표면의 염증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안드로겐의 분비가 감소되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정태영 교수는 “안구건조증은 대부분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해 단순한 인공 눈물의 점안보다는 전문의와의 상담 후 체계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구건조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먼저 안구에 충분한 눈물이 확보되지 않아 세균 감염 가능성이 높아지고, 안구 표면에 상처가 생기거나 간혹 시력도 떨어지게 된다. 또 직장생활이나 야간 운전, 컴퓨터 사용이나 독서, 콘택트렌즈 사용 등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이 따른다. 따라서 내가 겪는 안구건조증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아내 그에 맞는 효과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안구건조증을 진단하는 방법은 눈물 생성량 검사, 눈물층 안전성 검사, 각막 상피세포 상태 파악을 위한 염색술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검사가 다분히 주관적이며 민감도나 특이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검사의 재현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염증성 안구건조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학병원급에서의 생화학분석이 필요해 많은 시간과 경비가 소모되고 번거로움이 뒤따랐다.
최근 국내에 도입된 ‘인플라마드라이’(InflammaDry™)라는 간편한 진단 키트는 검결막(아래 눈꺼풀 안쪽)에서 소량의 눈물 샘플을 채취해 염증 생체 표지자인 단백분해 효소[‘기질 금속단백분해효소 9’(MMP-9, Matrix Metalloproteinases-9)] 농도를 측정해 10분 안에 염증성 안구건조증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체외진단키트이다. 이 검사를 기존에 시행하던 일반 안구건조증 검사와 병행하면 염증 검사의 정확도를 한층 높일 수 있다.
MMP-9은 안구 표면의 상피세포가 자극을 받았을 때 생성되는 분해 효소로 눈물 체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염증 바이오마커이며, 특히 안구 표면 질병과 높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정상 눈에서는 3~40ng/ml 범위로 존재하고 이보다 높으면 염증이 있다고 진단한다. 염증이 있으면 인플라마드라이 진단기에 빨간색 선으로 표시되며 농도가 높을수록 색이 더 짙게 나타난다.
인플라마드라이는 눈물 내 MMP-9 활성도, 즉 염증의 유무를 간단하고 객관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유일한 검사로 다른 검사에 비해 높은 민감도(85%)와 특이도(98%)를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또한 MMP-9은 각막 상피세포뿐만 아니라 눈물샘에서도 분비가 되기 때문에 검사 시 반사눈물에 영향을 받지 않아 타 검사 대비 신뢰도가 높다.
이 진단기는 미국의 의료벤처기업인 RPS社에서 개발해 2011년 CE 인증, 2013년 미국FDA 인증을 받아 현재 캐나다, 독일, 스위스와 같은 의료 선진국을 포함한 26개국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MFDS) 승인과 함께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았다. 또한 의료보험 급여항목으로 등재돼 2017년 2월 1일부터 국내 안과 병원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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