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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력 피해 학생선수 2212명…학교곳곳 수많은 심석희 있었다
초중고 학생선수 인권실태 조사
중·고등학생 337명 매일 매맞아
“학생선수 인권보장 대책 마련을”

학교 곳곳에 ‘심석희’가 있었다.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 5명의 중학생들이 선수생활 중 선배나 코치로부터 강간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한 남자 고등학생 선수는 동성으로부터 강간당한 경험을 밝히기도 했다. 코치 등으로부터 신체 접촉 등 성폭력 피해를 입은적이 있다는 초등학생 선수도 400명이 훌쩍 넘었다. ‘매일’맞는다고 응답한 학생도 상당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초중고 학생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와 스포츠 (성)폭력 판례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자신의 코치인 조재범으로부터 수차례 강간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하자 인권위는 학생선수에 대한 전수조사에 돌입했다.

이번 전수조사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학생선수가 있는 전국 5274개교 초중고 선수 6만321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였으며 총 5만7557명(91.1%)이 응답했다. 초등학생 1만8007명, 중학생 2만1952명, 고등학생 1만7598명이 답했다.

응답한 학생선수중 성폭력을 당했다고 답한 학생은 2212명이나 됐다. 이중 중학생 선수 5명은 강간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별로는 여학생 2명, 남학생 3명이었다. 가해자는 코치였으며 체육단체 임직원으로부터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한 선수도 있었다.

성관계 요구를 받은 학생선수도 있다. 중학생 선수 9명은 코치 등으로부터 성관계 요구를 받았다고 했다. 남학생이 6명, 여학생3명이다. 남학생 선수는 남자 코치, 체육단체 임직원 등으로부터 성관계를 하자는 요구를 받았다. 고등학생 선수 9명 역시 코치 등으로부터 성관게 요구를 받았다고 했다.

2212명의 초중고 학생들이 선배, 코치, 또래 선수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성폭력 피해학생은 초등학생 선수가 438명, 중학생이 1071명, 고등학생이 703명이다. 성폭력 피해를 당한 유도종목의 남자 고등학생은 “웬만하면 일이 커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사안이 커지면 유도부 자체가 없어진다고 했다”며 “하지만 내선에서 딱 끝내면 되는데 그게 아니잖아요”라고 말했다.

폭행은 일상이었다. 8440명의 초중고 학생들이 폭행을 당했다고 답했다. 학생선수들은 일반 학생보다 더 많은 폭력에 노출됐다. 신체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초등학생 선수는 2320명(전체 초등학생 중 12.9%)으로 교육부에서 실시한 2019년 제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에서 나타난 9.2%에 비해 약 1.4배에 달한다. 신체폭력 피해 중학생 선수는 2832명(16.1%)으로 일반 고등학생 학교폭력 대비 2.6배 높다.

고등학생 선수 역시 일반 학생보다 더 많은 폭행에 노출됐다. 중학생 선수 217명, 고등학생 선수 120명은 ‘매일 ’ 맞는다고 했다. 초등학생 선수 한명은 “하루에 30대 정도 맞았다. 많이 맞으면 40대를 맞았다. 안맞는 날은 없고 매일매일 맞았다”고 했다. 양궁을 하는 한 중학생은 “선배들은 주로 숙소에서 심할 때는 충전기 선이랑 그런걸로 감아서 팔이나 가슴 때리고 티가 나면 긴팔 입으라고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언어 폭력에도 학생들은 노출돼 있었다.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선수들은 초등학생이 3423명, 중학생이 3039명, 고등학생이 2573명이었다.

인권위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서 학생선수들이 각종 폭력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공적인 피해구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선수들은 장시간 과도한 훈련으로 학습권과 건강권은 물론 휴식권까지 위협받고 있어 아동인권 및 학생인권 차원에서 학생선수들의 인권보장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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