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기판 위 특정한 방향 스트레스가 반응 도와
UNIST 자연과학부의 로드니 루오프 교수 |
[헤럴드경제(울산)=이경길 기자] UNIST(울산과학기술원. 총장 직무대행 이재성)는 7일 자연과학부의 로드니 루오프 교수팀(IBS 다차원탄소재료 연구단 단장)이 기능기가 달린 그래핀을 합성할 때, ‘그래핀이 합성되는 구리 기판의 표면 결정방향이 반응 속도와 균일도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밝혔다.
그래핀은 주로 화학기상증착법(CVD)으로 합성된다. 높은 온도에서 기체상태의 원료(Precursor)가 금속 기판을 만나 분해되고, 분해된 탄소들이 다시 결합하면서 그래핀이 만들어지는 원리다. 이때 원료가 되는 물질의 화학적 조성이나 금속 기판의 종류와 결정성 등이 그래핀이 가지는 성질에 영향을 준다.
이번 연구에서는 ‘구리 기판 표면의 결정구조’에 주목했다. 구리 금속은 원자들이 규칙적 배열을 이루며 쌓이는데, 이를 결정구조라 한다. 그런데 결정구조가 똑같은 구리라도 자르는 단면의 방향에 따라 표면의 결정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수박을 가로로 잘랐을 때와 세로로 잘랐을 때 표면이 다른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연구팀은 결정구조가 다른 세 종류의 구리 기판 위에서 환원기능기가 달린 그래핀을 합성했다. 그 결과 구리(111) 표면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가장 균일하고 빨랐다. 구리(111) 표면에서 성장한 그래핀은 다른 결정구조의 표면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많으면 그래핀 내부에 압축변형(Strain)이 더 잘 일어나고, 그 영향으로 기능기를 더하는 반응(기능화 반응)도 촉진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내부 스트레스에 따른 압축변형 정도를 보여주는 ‘압축변형률’이 기능화 반응에 미치는 영향도 계산했다. 그 결과 압축변형률이 클수록 반응에 필요한 추가 에너지가 적었다. 즉, 변형률이 높을수록 반응이 더 쉽게 일어나는 것이다. 구리 기판 위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성장한 그래핀은 기능화 반응에서는 스트레스의 덕을 보는 셈이다. 또 열을 가해서 ‘기능기’를 제거 했을 때는 그래핀의 압축 변형률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현상을 관찰 할 수 있었다.
루오프 교수는 “단결정 그래핀에서 압축변형이 그래핀 표면의 반응성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규명한 뜻깊은 연구”라며 “화학기상증착법으로 성장한 그래핀은 태생적으로 스트레스로 인한 압축변형을 내포하므로, 이번에 발견한 원리를 이용하면 기존보다 쉽게 그래핀의 성질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화학분야 국제 학술지인 ‘Chemistry of Materials’ 온라인에 10월 17일자로 공개됐다. 연구수행은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UNIST 자연과학부의 크리스토퍼 비엘라프스키 교수와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곽상규 교수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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