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덜 익힌 햄버거 패티를 먹고 신장 기능이 저하되는 병을 얻은 딸을 둔 엄마가 지금까지 발생한 치료비와 앞으로 필요한 의료 비용을 맥도날드로부터 받아낼 수 있게 됐다. 다국적 기업 맥도날드를 상대로 식품 안전성을 문제 삼아 합의금을 받아낸 사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부장 문혜정)는 피해 어린이의 부모가 맥도날드와 한국맥도날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조정으로 사건을 지난 11일 종결했다.

13일 조정을 이끌어낸 법무법인 혜의 황다연(사법연수원39기) 변호사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양쪽이 조정결과에 대해서 수긍하고 합의했으니 상세한 조건에 대해 평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황 변호사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 11일 법원에서 조정절차를 반나절 가까이 진행하고 비로소 합의에 이르렀다. “(피해 어린이의)어머님이 많이 울었다. 다 끝나고 나가면서, 또 집에 가서도 많이 울었다. 그동안 힘들었으니까 시원하기도 하지만 아이에게 많이 미안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조정이란게 원래 그렇지만, 대리인 입장에서도 ‘승소’했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아픈 아이의 현재 비극적인 상태가 남아있지 않나”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사건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것은 맥도날드와의 비교할 수 없는 자본의 우위였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피해자 변호사로 참여하고 있는 맥키코리아 형사재판에서 맥도날드 측이 미국 식품기업 컨설팅업체의 자문을 받아서 생산한 논문을 제출한다. 연구원을 증인으로 한국에 데려와 법정에 세우기도 했다. 이건 자본이 뒷받침 되니까 가능한 것인데, 여기에 개인변호사 차원에서 맞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신 저희측에는 대학병원 의사와 과학자나 교수님들이 학문적인 연구결과를 제공해줬다. 도움을 받아 논문을 제출하면서 싸워왔다”고 덧붙였다.

식품 안전사고 등과 관련된 의료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는 다름 아닌 ‘진료기록’이다. 그는 “피해 어린이의 어머니가 변호사 사무실에 갖고 온건 아이의 진료기록밖에 없었다. 문제가 된 햄버거는 당연히 없고, 아픈 아이의 몸 외에는 아무런 증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병의 진행상황, 병원에서 검사했던 내용 이 둘을 가지고 거꾸로 원인을 추적해 올라가야 한다. 자문을 맡아주는 의사와 이 진료기록을 며칠동안 봤었다”며 “의료지식이 있는 사람과 협업을 해서 증거를 찾는 절차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황 변호사는 이번 조정과는 별개로 햄버거 패티 제조사인 맥키코리아를 상대로 진행되는 형사재판과 국가상대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사건의 실체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형사 사건과 국가배상까지 이번에 연결되는건 아니다”라며 “기업은 기업대로고, 국가에 대해서는 연결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햄버거병’ 사건은 2016년 네 살이었던 피해 어린이가 맥도날드에서 덜 익은 햄버거를 먹고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려 신장 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사건이다. 부모는 한국 맥도날드를 식품안전법 위반 등으로 고소했지만 당시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맥도날드 측과 임직원을 작년 2월 불기소처분하고 패티 제조업체 대표 등 회사 관계자 3명에 대해서만 불구속으로 기소했다. 맥도날드사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도 각각 지난해와 올해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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