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데군데 계란투척의 흔적이 남은 고려대 정경대학 앞 대자보. [사진=김성우 기자]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13일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쪽 후문, 형형색색의 대자보와 이를 읽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일부 대자보에는 계란 자국과 훼손된 흔적이, 한곳에서 매직을 들고와 자신의 의견을 적는 중국학생의 모습도 보였다. ‘홍콩에 자유를(Free for Hongkong)’, ‘홍콩은 중국이다Hongkong belongs to China)’, ‘투쟁속에 피어나는 꽃. 해방이라 약속하라’. 대자보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에 대한 찬·반 의견으로 나뉘어 있다. 그 옆으로 ‘대자보를 훼손하지 말라’는 총학생회가 붙인 대자보도 붙었다.

대학가가 ‘홍콩시위’를 놓고서, 찬반 양측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민주적 가치를 중시하는 한국학생들은 친 홍콩, 중국 정부의 주권을 주장하고 평화시위를 요구하는 중국 유학생들은 반 홍콩 진영에 서 있다. 학내에서는 피켓을 든 양측 학생들의 집회가 열리고, 학내 게시판에는 대자보가 붙였다. 양측 대립이 세게 붙은 곳은 고려대학교다.

13일 대학 관계자 등에 따르면 고려대 학내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학교에 부착된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가 전날 오후 훼손됐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이 지난 11일 작성한 홍콩시위 지지 대자보다. 대자보에는 홍콩 경찰이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있으며 홍콩 시위대의 요구는 정당하다는 주장 등이 담겼다.

고파스에는 노동자연대가 작성한 대자보가 훼손된 모습 등이 동시에 게시됐다.

현재 정경대 후문에 설치된 대자보 상당수에는 비닐포장이 돼 있다. 일부 학생들이 게시판에 부착된 대자보를 훼손하지말라는 의미에서다. 비닐 포장이 돼 있지 않은 자보에는 계란 투척의 흔적이 남아 있다. 찬반 양측의 대자보에는 대자보를 붙인이의 연락처가 기재돼 있었다.

한 학생이 정경대 후문에 부착된 대자보를 읽고 있다. [사진=김성우 기자]

대자보 앞에 모여든 학교 관계자들은 대자보 훼손은 있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문과대학 소속 임모(24) 씨는 “대자보를 찢고, 계란까지 던지는 것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학내 게시판은 학생들이 다양하게 의견을 표출하는 곳이 돼야 한다”라고 했다. 야구점퍼를 입고 등교한 재학생 이진수(22) 씨는 “4·18(학생)운동이란 역사를 가진 민주주의의 학교 고려대에서 대자보 훼손이 있었다는 점에 안타깝다”라고 했다.

김지헌(34·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 씨도 “대자보 훼손을 보고 아쉽다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게시판은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될 수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나랑 의견이 다르다고 대자보를 훼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헤럴드경제는 찬반 대자보를 붙인 양측에 전화연결을 시도했지만, 학생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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