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효과로 부동산PF 늘려
증권, 혁신 명분 규제 완화
손쉬운 부동산 돈벌이 집중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공자(孔子)가 어느 날 제자 자공(子貢)에 묻는다.
“너는 안회(顔回)와 비교해 어떠하냐”
“어찌 저와 회를 비교하십니까. 그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우치고, 저는 하나를 배우면 고작 둘을 깨우칠 뿐입니다”
문일지십(聞一知十)의 안회는 천재 중의 천재다. 자공도 공자의 제자 가운데 손꼽히는 인물이다. 현실감각은 단연 으뜸이다. 이재에 밝아 엄청난 부자였다. 문일지이(聞一知二)의 경지가 이 정도다.
가급적 쉽게 돈을 벌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다. 그래야 많이 번다. 어려운 곳을 피해 쉬운 쪽으로 돈이 몰리는 게 당연하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부동산PF 익스포저 건전성 관리방안을 보면 경기부양한다고 시중에 푼 돈이 어디로 다 흘러갔는지에 대한 의문이 상당부분 풀린다.
은행 뿐 아니라 보험사도, 여전사도, 저축은행도, 증권사도, 상호금융도 모두 부동산에 몰두하고 있었다. 보험은 손해율이 높아 영업으로 돈을 못 벌고, 카드사는 가맹점수수료가 깎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도 가계대출 규제로 영업환경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본업이 어려우니 돈 벌이 쉬운 부업, 부동산으로 달려간 것이라고 치자.
증권업종은 좀 다르다. 최근 규제완화와 저금리 통화정책에 힘입어 가장 이익 성장이 가파른 금융업종이었음에도 부동산에 몰두했다. ‘증권사’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대출이야 금융회사 공통의 영역이지만, 사실 보증은 증권사의 본질과 거리가 꽤 멀다. 그런데 자기자본의 최고 187%까지 보증을 제공한 곳도 있다. 5억원을 가진 이가 9억원 넘는 보증을 섰다는 뜻이다. 지급보증과 담보대출 확약만으로 2~4%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신용공여형 보증에 특히 집중했다. 돈을 빌려주지는 않지만, 도장 하나 찍어주고 고수익을 낸 셈이다. 대출과 달리 보증에는 별다른 규제도 없고, 건전성 지표에도 당장엔 영향이 없다는 점을 적극 활용했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하나를 규제하면 다른 빈틈을 찾아 돈을 벌었다. 콜차입을 규제하자 환매조건부채권(RP)으로 무위험 차익거래를 이어갔다. 혁신금융 하라고 초대형투자은행(IB) 인가도 새로 주고, 사실상 수신기능인 발행어음 사업까지 허가했더니 그렇데 모은 돈 절반을 부동산에 쏟아 부었다.
물론 보증 대상 기초자산의 위험을 잘 분석했다면 투자은행(IB) 역할을 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고객에게 분산투자 권하면서 스스로는 ‘몰빵’ 투자에 집중한다면 이율배반이다. 사실 증권사의 투자활동 가운데 가장 비중이 낮은 게 주식이지만, 고객에겐 적극 투자를 권한다. 고객예탁금으로, 주식신용공여 등으로 은행 보다 더 나은 ‘이자’ 장사를 하는 곳도 증권사다.
정부가 혁신금융의 주요 창구로 증권사를 활용하려 한다면 깊이 숙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선의의 정책 의도로 새로운 기회를 주더라도, 의도 보다는 기회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다. 이는 시장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규 발급이 어려운 증권사 라이선스만 가지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도 너무 많다. 금융당국이 ‘둘’까지는 아니더라도, ‘절반’도 이해 못하는(聞一知半) 수준이라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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