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브럼스 "17일 야간외출 전면시행"
-주한미군 범죄자 증가할까 우려 확산
-현행 SOFA 규정상 미군 처벌 어려워
기지평화네트워크,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미군기지 반환 협상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 |
서울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지난 15일 미군기지 오염정화 미국 책임 촉구 용산주민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주한미군이 지난 6개월간 시범 실시했던 야간 외출을 전면 허용했다. 주한미군의 범죄 급증으로 금지된 야간 외출이 재개됨에 따라 미군기지 인근 치안이 우려된다.
주한미군사령부는 17일 "오늘부로 주한미군 기지 전역의 장병 야간 통행금지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장병들의 성범죄, 음주사고 등 야간 일탈행위가 반복해서 발생하자 2011년 12월부터 새벽 1∼5시까지 부대 밖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취한 바 있다. 8년여만에 야간 통행이 재허용된 셈이다.
미군 측은 야간 통행금지에 따른 장병들의 민원이 계속되자 지난 6월 17일부터 시범적으로 야간 통행금지를 해제했고, 지난 6개월 간 별다른 사고가 없자 이번에 확대 시행에 나선 것이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모든 지휘관이 180일간 시범 실시한 야간 통행금지의 해제를 권고했다"면서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질서와 규범을 준수하고, 파잇 투나잇(Fight Tonight·상시전투태세) 자세를 유지하라"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우리는 주한미군, 미국, 한국민을 위한 한미동맹의 외교사절"이라며 장병들에게 부대 밖 행동에서 주의를 당부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 "주한미군, 한미동맹의 외교사절" 강조했지만…=그러나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이를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성폭력이나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지를 경우에도 이들을 처벌하기란 쉽지 않다.
1966년 7월 9일 체결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범죄를 저지른 주한미군은 지금까지 대부분 경미한 처벌을 받았다. 1980년대 들어 주한미군의 각종 범죄행위가 사회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해지자 한미 당국은 1991년과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SOFA를 개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용이 선언적이고 추상적이어서 미군 범죄자에 대한 법적 처벌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현행 SOFA 제22조 3항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공무수행중' 범죄를 저지른 미군에 대해 1차 재판권을 행사한다. 미군이 '공무수행중'이 아닐 때 범죄를 저질렀으면 한국 사법당국이 1차 재판권을 갖지만, 이 때도 주한미군이 1차 재판권을 넘길 것을 종용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 조항에서 각 당국이 '특히 중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1차 재판권을 갖는 국가에 재판권을 포기하도록 요청할 수 있고, 상대 국가는 그 요청에 대해 '호의적 고려'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사법당국이 1차 재판권을 행사하더라도 항소를 할 수 없게 해놨다. 아울러 항소 시 1심보다 형량을 높게 받지 않도록 규정해 3중으로 미군 '보호장치'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주한미군이 1차 재판권을 행사하는 경우, 미군 범죄자는 대부분 경미한 처벌을 받는다. 배심원제를 따르는 미군 군사법정에서 배심원은 주한미군으로 구성되고, 검사도 주한미군이 맡는다. 지난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압사당한 여중생 미선·효순이 사건 가해자들도 이런 재판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미주둔군 지위협정상 미군 범죄자 '솜방망이 처벌' 반복 우려=미군들 스스로 이러한 주한미군의 특별한 치외법권적 지위를 교묘히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1994년 미군 헌병대는 세 모녀를 5시간 동안 감금하고 폭행하는 사건을 일으켰지만,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당시 한국 검찰은 미군이 공무수행을 벗어난 범죄를 저질렀다며 소환장을 발부했으나, 주한미군은 '공무수행중' 일어난 일이라며 소환에 응하지 않고 법망을 빠져나갔다.
미군 범죄자의 '공무수행중' 여부 역시 주한미군 당국이 발행한 증명서로 정하도록 돼 있어 주한미군이 '공무수행중'이라고 하면 달리 이의를 제기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효순·미선이 사건에서도 미군은 '공무수행중'이었다며 한국의 재판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2005년 6월 동두천에서 발생한 미군 트럭의 한국 여성 압사사건에서도 미군은 '공무수행중'이었다며 1차 재판권을 행사했다.
또한 '공무수행중'이 아니어서 한국 사법당국이 재판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미군 범죄자가 빠져나갈 구멍은 많다.
SOFA 제22조 9항에 따르면, 미군은 항소를 할 수 있지만 미군이 무죄를 선고받거나 항소를 하지 않으면, 한국 사법당국은 항소를 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항소할 권리는 미군에게만 있는 것이다. 또한 미군은 1심에서 받은 판결보다 더 무거운 형벌을 2심에서 받을 수 없게 했다. 한국 검찰이 주한미군을 기소한다면 1심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밖에도 주한미군 측은 다양한 방법으로 미군 범죄자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방해할 수 있다.
SOFA 제22조 6항에 따르면, 한국 측은 미군 범죄자에게 소송서류를 보내야 하는데, 그 서류를 보낼 수 없도록 다양한 꼼수를 쓰는 식이다. 미군 범죄자가 체포되기 전에 미국으로 보내 사건이 애초에 성립되지 않게 하거나, 미군 범죄자 신병 인도를 지연시켜 초동수사를 방해하는 것도 주로 쓰는 방법 중 하나다.
앞으로 야간 외출에 따른 미군 범죄가 점점 늘어나게 되면, 국민들 사이에 주한미군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SOFA 개정 목소리가 높아져 방위비 협상과 함께 또 다른 한미동맹의 긴장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