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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서시와 동시…왜곡된 한국형 헤지펀드
초대형IB 헤지펀드 육성정책
큰손과 기관들 돈벌이만 도와
하자 많은 상품 어설프게 팔려
구조·유동성 등 깊은 이해 필요

[헤럴드경제=홍길용 금융부장] 중국 고대 미녀 4인 가운데 한 사람인 춘추시대 월(越)의 서시(西施)는 속병이 있었다. 얼굴을 찡그리고 다닐 때가 많았는데, 그 모습마저 너무 아름다워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서시 이웃에는 추녀(醜女)인 동시(東施)가 살았는데, 자신도 아름답게 보일까 싶어 찡그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동시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부자들은 바깥 출입을 하지 않았고, 가난한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마을을 떠났다. 장자(莊子) 천운편(天運篇)의 ‘효빈(效顰)’ 얘기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한때 한국형 투자은행(IB), 한국형 헤지펀드를 육성한다고 금융당국이 앞장서던 때가 있었다. 사실 금융위기를 초래한 게 미국의 IB인데, 지독하게도 부러워했다. 국책인 산업은행까지 파산한 리먼브라더스 일부를 인수하려고 했다. 자기자본만 많으면 초대형IB라는 정체불명의 범주를 탄생시켰고, ‘헤지(hedge)’와 별 관계없는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당국도 업계도 미국 흉내를 잔뜩 냈지만, 아직은 현실은 예전 그대로다. 대형 증권사의 돈 벌이는 여전히 채권과 부동산투자다. 세계적 저금리로 채권투자자들은 앉아서 수익을 냈다. 2015년 이후 부동산 활황을 틈타 증권사들은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 대출 장사와 부동산 투기나 하라고 초대형IB 만든 것일까?

금융위기 전에는 ‘몰빵’ 해외펀드, 후에는 ‘몰빵’ 자문형랩이 문제가 됐다. 유동성과 구조의 위험관리(hedge)가 제대로 안된 탓이다. 한국형 헤지펀드를 위해 활성화 된 사모펀드에서도 이미 문제점이 드러났다. 지난해 문제가 된 영국•독일 국채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는 쥐꼬리 수익에 100% 원금손실이 가능한 비정상적 구조였다. 불완전판매는 10년 전 금융위기 때 리먼브라더스 신용연계채권(CLN) 때와 판박이다. 라임펀드는 유동성위험은 간과하고 손실 위험은 고의로 은폐했다. 통상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전환사채(CB)에 내재한 발행사 위험을 금융공학적으로 헤지한다. 라임펀드는 이런 게 없었다. 그럼에도 최근 펀드 보수를 줄여가는 세계 추세와 달리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했다.

14일 당국은 사모펀드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하면서 점검결과 대부분의 위험한 운용형태나 투자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만기불일치와 유동성, 복층•순환 투자구조와 차입위험이 일부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펀드에서 유동성과 구조는 핵심적으로 평가할 요인이다. 당국의 이번 대책에도 앞으로도 유동성과 구조의 문제는 간과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금융상품 위험등급 평가를 보면 유동성이나 구조와 관련된 기준이 없다. 사실 신용등급 부여가 어려운 기업의 CB를 편입한 라임운용의 메자닌(mezzanine ) 펀드가 1등급이 아닌 3등급으로 평가된 것도 황당하다. 기초자산에 대한 정확한 평가도 애매한 현행 위험등급인데, 이번에도 유동성이나 구조상의 위험은 반영되지 않았다. 판매사들은 라임펀드가 ‘3등급’ 위험에 해당된다며 변명할 명분을 계속 갖제 됐다.

사모펀드 구조와 유동성 위험에 대한 구체적인 평기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투자자에 이를 분명히 확인시키는 절차도 의무화해야 한다. 운용사와 판매사, 투자자간 상시 소통채널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은 아직도 동시의 착각을 잘 이해하지 못한듯 하다. IB와 헤지펀드는 정책적으로 육성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충분한 인프라가 갖춰진 데 따른 결과다. 게다가 요즘 글로벌IB와 헤지펀드 모델은 인기도 떨어지고 있다. 과연 철 지난 모델에 계속 집착해야 할까?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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