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조종방사포냐, 초대형방사포냐
-궤적 조종방사포, 형상 초대형방사포
-합참고유 분류코드 '19-5' SRBM 해당
-연발능력 향상, 저고도 비행능력 갖춰
-패트리엇, 사드 등 요격체계 무용지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전선 장거리포병구분대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사진은 방사포 발사 장면.[연합]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북한 매체가 3일 북한군이 전날 화력타격훈련중 '방사탄'을 발사했다고 밝힘에 따라 전날 발사된 발사체는 한국군 분류상 '19-5'에 해당되는 '초대형방사포'(북한식 표현)로 평가된다.
군 당국은 3일 북한이 전날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를 '초대형방사포'로 평가하고 19-5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지난해 13회에 걸쳐 발사한 6개 탄종 중 '방사포'라는 표현을 쓴 무기는 '신형대구경조종방사포'와 '초대형방사포' 등 2가지다. '신형대구경조종방사포'는 한국군 분류 코드명이 19-2 또는 19-3이고, '초대형방사포'는 19-5다.
전날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는 고도 및 비행거리 측면에서 신형대구경조종방사포(19-2 또는 19-3)와 흡사하다. 하지만 발사체의 형상은 북한이 과거 공개한 '초대형방사포(19-5)와 같다. 북한이 지난해 발사한 발사체들이 대부분 단거리탄도미사일의 특성을 보이고 있어 명확한 분류가 어려운 가운데 분명한 증거 사진이 공개돼 19-5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관영매체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면서 관련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다. 사진에 공개된 발사체는 북한군이 지난해 11월 28일 시험발사 후 공개한 '초대형방사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초대형방사포는 원통형 발사관이 600㎜급으로, 4축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탑재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발사 사진과 함께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인민군 전선 장거리포병구분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하시었다"며 "하늘땅을 뒤흔드는 요란한 폭음 속에 섬멸의 방사탄(방사포)들이 목표를 향해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고 전했다.
북한은 초대형 방사포가 TEL에서 발사되는 장면과 함께 240㎜ 방사포탄이 날아가는 사진도 이날 공개했다. 화력타격 훈련에서 초대형 방사포와 240㎜ 방사포 등을 혼합 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군 최고사령부인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지난해 13회에 걸쳐 시험발사한 단거리 발사체에 대해 19-1~19-6 등 6개의 코드명을 붙여 분류했다.
우리 군은 통상 'KN-23'(KN은 Korea, North, 23은 고유번호)과 같이 미군이 북한 발사체에 붙이는 코드명을 공용해왔으나,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시험발사가 다양한 형태로 계속된 지난해부터 한국군 고유의 코드명을 붙이기 시작했다. 북한의 발사체 분석 및 평가에 있어 한국군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19는 연도, 그 다음 숫자는 발사체 분류에 따른 번호, 그 다음 SRBM(단거리탄도미사일) 또는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미사일 특성을 뜻한다.
합참에 따르면, 19-1 SRBM(단거리탄도미사일)은 북한식 표현으로 '신형전술유도탄'이며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유사한 비행 특성을 보여 '북한판 이스칸데르'로도 불린다.
19-2 미상 SRBM과 19-3 미상 SRBM은 '신형대구경조종방사포'(단거리탄도미사일), 19-4 SRBM은 '새무기'(단거리탄도미사일), 19-5 SRBM은 '초대형방사포'(단거리탄도미사일), 19-6은 '북극성3형'(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에 해당된다.
사진은 2일 발사된 초대형방사포 발사 장면.[연합] |
◆작년 발사체와 고도·비행궤적 비교해보니…=전날 발사된 북한 초대형방사포는 고도 35㎞로 240여㎞가량을 비행했다.
19-1은 지난해 5월 4일과 9일, 7월 25일, 8월 6일에 발사됐다.
19-2는 7월 31일, 19-3은 8월 2일, 19-4는 8월 10일과 8월 16일 발사됐다.
19-5는 8월 24일과 9월 10일, 10월 31일, 11월 28일, 19-6은 10월 2일 발사됐다.
19-1은 5월 4일 원산 호도반도에서 발사돼 고도 60㎞, 240㎞ 비행했다. 5월 9일엔 평북 구성에서 발사돼 고도 50㎞에서 1발은 420㎞, 1발은 270㎞를 비행했다.
7월 25일에는 원산 호도반도에서 발사돼 고도 50㎞, 600㎞, 8월 6일엔 황해남도 과일군에서 발사돼 고도 37㎞로 450㎞ 비행했다.
19-2는 7월 31일 원산 갈마에서 발사돼 고도 30㎞로 250㎞를 비행했고, 19-3은 8월 2일 함남 영흥군에서 발사돼 고도 25㎞로 220㎞를 비행했다.
19-4는 8월 10일 함남 함흥에서 발사돼 고도 48㎞로 400여㎞ 비행했고, 8월 16일엔 강원도 통천에서 발사돼 고도 30㎞로 약 230㎞를 비행했다. 두 번 다 마하 6.1 이상의 속도를 냈다. 북한이 '새무기'라고 칭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우리의 전술지대지미사일 ATACMS(에이태킴스)격으로 평가된다.
19-5는 8월 24일 함남 선덕에서 발사돼 고도 97㎞로 380㎞ 비행했고, 9월 10일에는 평남 개천에서 발사돼 고도 50㎞로 330㎞ 비행했다. 10월 31일엔 평남 순천에서 발사돼 고도 90㎞로 370㎞, 11월 28일엔 함남 연포에서 고도 97㎞로 380㎞를 비행했다.
19-6은 10월 2일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발사돼 고도 910㎞, 460㎞를 비행했다.
◆연발시간 단축·저고도 비행 성공…미군 패트리엇, 사드도 피한다=전날 북한군의 화력타격훈련에서 눈여겨 볼 만한 점은 연발사격시간을 단축했다는 점, 원거리 타격에 초점이 맞춰진 초대형방사포가 저고도로 비행했다는 점 등 2가지다.
먼저 이번 사격에서 북한은 연발사격시간을 20초로 단축했다. 지난해 8월 24일, 9월 10일, 10월 31일, 11월 28일 등 4차례의 초대형방사포를 시험발사에서 연발사격시간은 1차 17분, 2차 19분, 3차 3분, 4차 30초였다. 이번 5차 발사에서 20초로 전보다 10초를 더 단축시킨 것이다.
TEL에는 원통형 발사관 4개가 탑재돼 있어 이론상으로 4발을 연속 사격하려면 최소 80초가 걸린다. 1차와 2차 등 개발 초기와 비교하면 기습발사능력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2발 사격에 약 1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초대형방사포가 1분 내외의 시간에 3~4발을 기습 발사하고 TEL이 은밀하게 회피할 경우 반격하기가 극도로 어려워진다. 우리 군이 구상하고 있는 킬체인에 의한 원점선제타격 능력은 아무리 빨라도 5~6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600㎜급의 초대형 방사포가 35㎞의 저고도로 240㎞를 비행한 것도 주목되는 특징이다.
일단 이런 규모의 대구경 방사포는 북한 외에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400㎜급 대구경 다연장로켓을 운용하고 있는 중국보다도 구경이 더 크다. 북한 초대형방사포의 탄두에는 특수목적탄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정탄을 탑재해 위력을 극대화한 초대형방사포가 발사돼 이번과 같이 저고도로 수백㎞를 비행하면 요격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도 20~30㎞ 내외에서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패트리어트나 50~150㎞의 고고도에서 요격하는 사드가 모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저고도에서 요격 임무를 띄는 패트리엇이나 한국형 패트리엇(M-SAM)이 적 미사일을 감지하고 발사되더라도 적 미사일의 고도가 워낙 낮고 거리가 가까워 요격시간이 촉박한 것이다. 또한 연발사격능력이 향상돼 수 분 동안 초대형방사포 수십 발이 북한 전역에서 발사될 경우 이를 모두 요격하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북한은 주한미군에 사드가 배치된 시점인 2017년부터 초대형방사포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사거리 200㎞가 넘는 300㎜ 신형 방사포를 2016년말께 실전배치했고, 이어 직경이 2배인 600㎜급 초대형방사포 개발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3년여 만에 실전화를 사실상 이뤄낸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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