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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동학개미’…사상 최대의 전투에서 이겼을까?
3월 코스피서 개인 vs 외인
역대 최대 순매수·도 공방
증권·운용사 어부지리 수익
종목별 ‘전격전’서 진검승부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 전개된 3월 증시에서는 투자 주체 간 사상 최대의 전투가 벌어졌다. 실패한 동학운동보다는 의병에 비유하는 게 더 적당한 듯 보인다. 이른바 경자년 전염병이 유발한 난(病亂) 때 일어났으니 ‘경자의병(庚子義兵)’이라고 이름 지으면 어떨까.

3월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적군(敵軍)’ 역할을 했다. 12조5548억원의 역대 최대 화력의 순매도 폭탄을 쏟아부었다. 개인은 무려 11조1888억원을 순매수하며 이를 받아냈다. 기관의 월간 순매수 기록(2007년 8월 7조9000억원)을 뛰어넘는, 국내 주체 역대 최대다. 연기금도 ‘관군(官軍)’ 역할을 자처하며 3조원을 사들였다. 팽팽한 균형을 깬 것은 ‘용병(傭兵)’ 격인 증권사다. 금융투자회사들은 3월 2조 6515억원을 팔아치웠다.

코스피를 하나의 종목으로 가정해 주체별 평균 매매가를 계산해봤다. 전과(戰果) 결산이다.

개인은 평균 1785선에 순매수했다. 3월 말 코스피 종가(1754.64) 아래다. 평가손실을 본 셈이다. 역시 순매수를 기록한 연기금의 평균은 1735로, 코스피를 웃돈다. 순매도 한 쪽을 보면 금융투자회사가 평균 1869로, 가장 높다. 지수가 1900~2000선이던 3월 초 매도를 집중시킨 결과다. 3월 중순에 매도를 집중한 외국인은 1765선이다.

전과만 보면 개인만 피해를 본 게 된다. 그래도 개인의 활약 덕분에 공포를 이겨낼 수 있었다.

3월 코스피는 11.7% 하락했다. 미국의 S&P 500이나 유럽의 유로스톡50, 독일의 DAX30보다 낙폭이 작다. 아시아에서 가장 우리와 닮은 대만도 이겼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직접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을 투입해 증시를 떠받친 닛케이에 버금간다.

2008년 금융위기 때를 되돌아보면 외국인의 매도 폭탄을 주로 막아낸 것은 기관들이 운용하는 공모형 주식펀드였다. 하지만 기관들은 내릴 때 팔고 오를 때 사는 모습을 보이며, 결국 ‘탈탈’ 털리고 말았다. 개인들은 이후 주식형 펀드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였다.

경자병란 발발 이제 겨우 한 달.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개인들의 사기가 아직 높지만 전력에서는 열세다. 외국인은 여전히 우리 증시의 35%를 장악하는 세력이다. 의병의 군량 격인 고객예탁금이 44조원에 달하지만, 주가연계증권(ELS) 헤지 관련 마진콜(margin call) 위협에 노출된 증권사들의 자금 사정이 다급하다. 공매도는 금지됐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선물옵션을 활용한 우회 헤지 전략을 펼칠 수도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할 때 고점 대비 20%가량 하락한 현 수준에서 지수가 단기적으로 크게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기업부채와 신흥국 외채 등의 악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일단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지수를 놓고 벌이는 대회전(大會轉)보다는 전격전(Blitzkrieg)으로 전략 요충을 선점한 후 외국인과 기관의 대응에 분할 매매로 종심방어하는 전략을 펼칠 만하다. 철저한 종목 전략이다. 4월 발표되는 1분기 실적에서 코로나19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종목, 고점 대비 낙폭이 비교적 큰 종목, 그리고 재무 상태가 건전해 배당 여력이 많은 종목이다. 주가가 하락할수록 시가배당수익률이 크게 높아진다는 점을 꼭 고려해야 한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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