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위기→경제 위축
경기부양 위해 통화팽창
실물과 금융간 괴리확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잇따라 현실화되고 있다. 소비와 생산이 급감하고, 무역이 위축되면서 고용이 위협받고 있다. 그런데 증시는 뜨겁다. 코스피는 2000선에, 미국 S&P500은 3000선에 육박했다. 대유행(Pandemic)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최악의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경계감이 사상 유례 없는 규모와 속도의 유동성 공급으로 이어진 결과다. 새로운 글로벌 패러다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실물경제는 상당기간 침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넘치는 돈은 자산가격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성의 위기…로봇•AI 혁신 ‘가속’=현대 산업생산은 포드의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에서 도요타의 적기공급생산(Just in Time),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체계(Global Supply Chain)로 발전해왔다. 세계가 하나의 경제 생태계로 묶이면서 효율이 높아졌고, 공산품의 가격은 하락했다. 신흥국의 경제성장으로 전세계 소비의 규모도 크게 확대됐다.
코로나19로 고효율의 GSC는 위태로워졌다. 다른 나라의 재난이나 전염병이 자국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효율보다 자국의 안전과 생존이 우선이다. 대면 접촉이 최소화되면서 서비스업의 비용 효율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효율 저하는 소비위축, 그리고 다시 고용불안과 소득 정체로 이어질 수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AI) 혁신이 GSC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빚의 역습…‘좀비기업’ 정리 숙제=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경제 주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각국의 정책 대응이 잇따르고 있다. 일단 생존을 유지시켜 향후 경제 정상화 때 각 주체들이 기능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부분 빚의 형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진행된 양적완화로 이미 걸쳐 빚이 잔뜩 불어났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집계한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5.3%로, 주요 33개국과 유로존을 포함한 34개 지역 가운데 가장 높다. 미국 비금융회사 부채는 이미 10조 달러가 넘어 GDP의 47%를 초과할 정도다.
기업은 매출을 올려야, 개인은 소득을 높여야 늘어난 빚을 감당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는 수요는 줄고 효율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커진 빚 부담 자체가 또다른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한계기업 정리 등 구조조정이 경제의 중요한 숙제가 될 전망이다.
▶자산시장의 폭주…‘양극화’ 해소의 정치=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각국이 천문학적 수준의 돈을 풀고 있다. 통화량이 늘면 자산 표시 가격도 높아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정책으로 이미 전세계 자산 가격은 크게 올랐다. 특히 부동산과 모바일 혁명 관련 자산에 돈이 몰렸었다.
코로나19 이후엔 달러와 금 등 안전자산 선호와 함께 헬스케어와 바이오, 언택트 관련 자산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 이미 코스피에서도 바이오와 인터넷 포털, 게임 업종 등의 기업가치가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전통적 굴뚝 산업들을 앞서고 있다.
자산가격이 급등하면 자산가들은 부를 키울 수 있다. 생산효율 저하와 소비 위축은 잉여자산이 없는 근로소득자들에 치명적이다. 양극화의 심화다.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재정 건전성의 유지와 포퓰리즘에 대한 경계가 새로운 화두가 될 수 있다.
홍길용 기자